Joss Whedon 사단을 소개합니다 (1)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특정 감독/제작자와 배우들은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며 소위 '사단'을 형성한다. 그 중에 아마 가장 컬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사단이 아마 조스 위든의 배우들일 것이다. 이들은 조스 위든의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한 이후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특히 조스 위든이 컬트 팬덤을 지배하는 TV 제작자에서 덕후들을 홀리는 어벤저스의 감독으로 입지를 굳히며 그의 지금을 있게 한 작품들과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믹콘에서 조스 위든에게 매번 불어보는 질문이 "배우 누구누구를 어벤저스 2나 마블 유니버스 영화에 출연시킬 의향이 있느냐?"니까.

일단 내가 조스 위든 사단이라 꼽은 배우는 미드를 보기 시작한 지 5년 미만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라인업이다. 나도 10년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뜰 줄은 몰랐으니...



사라 미셸 겔러 (Sarah Michelle Gellar)

지금의 조스 위든을 있게 한 뱀파이어 신드롬의 원조, Buffy The Vampire Slayer(이하 BTVS)의 주인공 버피 서머스(Buffy Summers) 역을 맡았던 사라 미셸 겔러다. 7년간 버피 역을 맡으며 매 시즌마다 악마와 싸우고 죽었다가 살아났다가... 암튼 온갖 고생을 다 했었다. BTVS 종영 이후 조스 위든과는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지만, 종영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버피로 기억되고 있다. 종영 이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 출연했지만 주로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Freddy Prinze Jr.)와 결혼과 가정 생활에 충실해 왔다. 오랜 공백 이후 TV 스크린에 복귀한 첫 작품인 링어(Ringer)는 시청률이 저조했고 1시즌 종영과 동시에 사라 미셸 겔러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캔슬되었다. 이번 13-14 시즌에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와 함께 CBS 시트콤 'The Crazy Ones'로 복귀한다.


데이빗 보리아나즈(David Boreanaz)

버피에 출연한 여러 캐릭터 중 엔젤(Angel)은 이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만들어졌다. 무당의 저주로 뱀파이어에게는 없는 마음을 가지면서 피를 마시기 위해 사람을 해치지 못하고 뱀파이어 슬레이어인 버피를 사랑하게 된다.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의 에드워드 컬렌이 10년 전에는 이랬겠지 싶다. 암튼 엔젤 역을 맡았던 데이빗 보리아나즈는 5년간 성공적으로 시리즈의 주연을 맡았고, 2005년 2월 엔젤이 종영하고 같은 해 9월 방송을 시작한 본즈(Bones)에서 주인공 FBI 특수요원 실리 부스(Seeley Booth) 역을 맡는다. 부스는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인 템퍼런스 브레넌 박사(Dr. Temperance Brennan)와 일과 사랑 사이에서 묘한 줄다리기를 한다. 또 다른 주연인 에밀리 디샤넬(Emily Deschanel)과의 묘한 케미스트리 덕에 오랜 시간동안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8시즌 방송을 마쳤다. 시청률이 조금만 안 나온다 싶으면 가차없이 캔슬하기로 유명한 Fox에서 Law & Order: SVU, CSI, NCIS, Grey's Anatomy에 이어 장수 시리즈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앨리슨 해니건(Alyson Hannigan)

BTVS에서 주인공 버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녀 윌로우 로젠버그(Willow Rosenberg)는 시리즈가 방송되는 7년 동안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인물이다. 책만 알던 모범생에서 강력한 마력으로 악에 맞서 싸우는 마녀로, 순진한 10대에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으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중간에 동성애자 캐릭터로 변화하며 당시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2003년 BTVS 종영 이후 베로니카 마스(Veronica Mars)를 거쳐 2005년 CBS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에서 다섯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릴리 앨드린(Lily Aldrin)으로 출연하고 있다. 13-14 시즌에 방영하는 9시즌을 마지막으로 HIMYM은 종영한다.


니콜라스 브렌든(Nicholas Brendon)

BTVS는 여성 캐릭터들이 강한 드라마였다. 그러다보니 남성들은 여성 캐릭터의 조력자나 친구, 연인의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7년간 많은 남성 캐릭터들이 시리즈 중간에 하차하고 도중에 투입되었지만, 1시즌부터 끝까지 갔던 캐릭터는 니콜라스 브렌든이 맡았던 잰더 해리스(Xander Harris)가 유일했다. 슬레이어로서 강력한 힘을 가진 버피나 마녀로 거듭난 윌로우와 달리 잰더는 끝까지 평범한 인간으로 남지만, 악마와 거듭 싸워가며 잰더는 스쿠비 갱 사이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브레인으로 거듭난다. 니콜라스 브렌든은 버피 종영 이후 활동이 가장 저조한 배우 중 하나인데, 아무래도 시리즈 종영 전부터 문제가 됐던 알콜 및 약물 중독 때문인 듯하다. 최근 몇 년간 크리미널 마인즈(Criminal Minds)에서 기술 분석가이자 퍼넬로피 가르시아(Kristin Vangsness 분)의 남자친구인 케빈 린치(Kevin Lynch)로 출연하고 있다.


엘리자 더쉬쿠(Eliza Dushku)

BTVS에서 버피가 잠깐 죽었을 때 그 뒤를 이어 뱀파이어 슬레이어가 된 페이스(Faith)는 버피와 달리 뱀파이어를 죽이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무법자같은 캐릭터였다. 자신의 과업을 힘들어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버피를 연기하는 사라 미셸 겔러와 대조적으로 페이스 역의 엘리자 더쉬쿠는 또 다른 의미로 인간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 이후 2시즌으로 종영한 트루 콜링(Tru Calling)을 거쳐 조스 위든의 SF 시리즈, 돌하우스(Dollhouse)의 주연 에코(Echo) 역을 맡는다. 시청률 저조로 Fox에서 또 캔슬하며(!!) 돌하우스는 Fox에서 놓친 또 하나의 비극적인 명작으로 이름을 남겼다. 다른 하나는 뭐냐고? 그건 좀 있다 설명할게요.


미셸 트라첸버그(Michelle Trachtenberg)

BTVS 5시즌에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버피의 동생, 던 서머스(Dawn Summers)는 사실 슬레이어가 지켜야 했던 중요한 비밀의 키였다. 철없는 10대에서 뱀파이어와 악마에 대항하는 스쿠비 갱으로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BTVS 종영 이후 영화 아이스 프린세스(Ice Princess) 등 여러 작품을 거쳤는데, 가장 유명한 건 가십걸(Gossip Girl)의 악녀 조지나 스팍스(Georgina Sparks) 역이다. 가십걸 종영 이후 여러 드라마 시리즈에 게스트로 출연하거나 영화 촬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알렉시스 데니소프(Alexis Denisof)

BTVS에서 자일즈(Rupert Giles)의 뒤를 이어 버피와 페이스의 와처(Watcher)가 된 웨슬리 윈덤 프라이스(Wesley Wyndam-Pryce)는 자일즈와 달리 두 사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페이스가 뱀파이어를 죽이는 와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잠적하고, 버피의 연인인 엔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위원회에 구명하는 것도 실패한 후, 웨슬리는 와처를 그만두고 LA에 있는 엔젤의 사설 탐정 사무소에 들어가 악마 사냥에 참여한다. 이론에 능통하지만 행동력은 제로였던 웨슬리는 이후 악마와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거듭하며 점점 어두운 캐릭터로 변하고, 결국 엔젤 5시즌에서 적과 싸우다 큰 부상을 당해 숨진다. 버피에서 엔젤로 옮겨간 캐릭터 중 하나로 시즌이 거듭할수록 힘과 악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웨슬리 역은 알렉시스 데니소프가 맡아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알렉시스 데니소프는 버피 종영 이후 윌로우 역을 맡은 앨리슨 해니건(Alyson Hannigan)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그 인연으로 앨리슨이 출연하는 HIMYM에 로빈(Robin)의 동료 앵커인 샌디 리버스(Sandy Rivers)역으로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어벤저스(Avengers)에서 아더(The Other) 역으로 (그런데 누군지 몰라!) 출연했고, 조스 위든이 영화화한 셰익스피어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에서 베네딕트(Benedict) 역을 맡기도 했다.


에이미 에이커 (Amy Acker)

프레드(Winifred "Fred" Burkle)는 머리는 똑똑하지만 사교성은 제로인 아가씨로, 결국 죽음을 맞게 된 코딜리아 체이스(Charisma Carpenter 분)의 뒤를 이어 엔젤 사설탐정 사무소에 합류한다. 수학과 양자물리학 등 과학에 대한 지식으로 엔젤 사설탐정 사무소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해 내며, 웨슬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5시즌 이후 석연치 않은 감염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 몸은 악마인 일리리아(Illyria)에게 포획당한다. 평범한 아가씨에서 사설 탐정 사무소의 일원으로, 다시 악마로 거듭나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에이미 에이커는 프레드 역으로 새턴 어워즈에서 연기상도 수상한다. 엔젤 이후 Alias, Dollhouse 등에 출연하고 현재는 CBS의 인기 시리즈인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에서 루트(Root)로 불리는 사만다 그로브스(Samanthan Groves) 역을 맡고 있다. 2시즌까지 리커링 캐스트로 출연하다가 3시즌부터 레귤러 캐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에서 주인공 베아트리스(Beatrice) 역을 맡아 조스 위든과 다시 작업했다.


프랜 크란츠(Fran Kranz)

로스 앤젤리스 출신의 배우, 프랜 크란츠는 98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나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2009년 방영된 조스 위든의 돌하우스(Dollhouse)일 것이다. 돌하우스의 여러 요원들에게 매번 새로운 인격과 기억을 심는 기술 담당자인 토퍼 브링크(Topher Brink) 역을 맡아 똘끼(!)있는 천재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애석하게도 돌하우스가 2시즌으로 종영한 이후 조스 위든의 두 프로젝트에 주연급으로 참여한다. 그 중 하나가 어벤저스의 성공에 힘입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캐빈 인 더 우즈(Cabin In The Woods)에서 마티 역을 맡은 것이다. 마티는 크리스 햄스워스, 제시 윌리엄스 등 이미 우리나라에서 더 잘 알려진 쟁쟁한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오예!) 캐릭터였다. 영화를 보셨다면 마약쟁이 마티가 더 인상깊었을 것이다. 또한 조스 위든이 어벤저스 촬영과 후작업 사이의 2주간 휴가 기간에 후다닥 찍었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에서 젊은 연인 중 하나인 클로디오(Claudio) 역을 맡았다. 아직 국내 개봉을 하지 않아서(할 지도 알 수 없지만ㅠㅠ) 연기를 보진 못했지만, 비평가들에게는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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