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페스트(Paleyfest)



미국의 텔레비전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영화를 만드는 수준의 예산으로 제작하는 드라마들이 일주일에 한 편, 하루에 3~4개 작품, 토요일을 제외한 월~일까지, 메이저 방송사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만들고 방송한다. 이보다 저렴한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는 리얼리티쇼도 상당히 많고, 다큐멘터리, TV 영화, 미니시리즈 등등 다양한 장르의 TV 프로그램들이 쉴새없이 방송된다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독특한 점은 시청자들이 TV를 챙겨보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쏟아붓는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는지 자부심을 가지는 팬들, 매니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시청률 30, 40%를 찍어 국민드라마가 되는 것도 좋지만, 충성스러우며 자신들이 삽입한 광고를 잘 볼 만한 고정시청층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콘텐츠 시장과 광고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우리에겐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그게 일상적이고 광고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자체의 형식이 많이 바뀌니까,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문화콘텐츠와 팬 문화의 독특한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진 열정적인 팬들이 그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또는 그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컨벤션이 자주 열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컨벤션이 아마 코믹콘(ComicCon)일 것이다. 원래 만화와 그래픽 노블 등의 팬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애정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는 이제 SF나 판타지 등 장르영화와 드라마의 홍보를 위한 자리가 되었다. 특히 충성스런 팬들이 있는 스타 트랙, 스타 워즈 등 고전뿐 아니라 최근 15년(?) 안에 큰 사랑을 받은 영화나 TV 드라마의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이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독특하고 괴짜같은 하위문화를 공유하는 것이지. 개인적으로 코믹콘은 한 번 꼭 구경해보고 싶다. 물론 코스튬은 안 입겠지만 ㅋㅋㅋㅋ

하지만 미디어를 공부했고 팬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내가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연구기관의 주최하는 생산자들과 팬의 만남이다. 그 중 하나가 198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팰리 미디어 센터(Paley Center for Media)의 팰리페스트(PaleyFest)이다. 팰리 미디어 센터는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인 CBS의 설립자, 윌리엄 팰리(William Paley)가 현역에서 은퇴한 후 1975년 설립한 개인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원래 윌리엄 팰리는 방송사를 경영하면서 모은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구입, 전시한 박물관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미디어 자료의 특성상 무한정 구입, 전시는 어렵기 때문에, 이후 각종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 역사적인 자료들을 보관하면서 미디어 관계자 모임, 연구자를 위한 자료 제공,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과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이 일반인 대상의 워크샵이 바로 팰리페스트인데, 요즘은 각종 TV 드라마의 제작자와 출연진들이 나와서 한 시간 이상 토크와 인터뷰를 한다. 지금 방영하는 메이저 방송사의 드라마들은 거의 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2013년에도 꽤 괜찮은 라인업을 갖췄다.

사실 팰리페스트를 알게 된 건 캐슬(Castle) 때문이다. 캐슬 팬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까 작년(2012년) 팰리페스트 영상을 통째로 보게 된 것이다. 캐슬 중에서도 정말 애정하는 4시즌 중반 즈음(3월 초)에 팰리페스트에 참가했기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 몇몇을 제외한 그 누구도 4시즌의 엄청난 결말을 몰랐다. 와... 이 밀당이라니... 앤드류 아저씨 ㅠㅠㅠㅠ

이번 시즌에는 Big Bang Theory, 2 Broke Girls, American Horror Story, Nashville 등 다양한 쇼의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영상은 팰리페스트가 끝나고 나서 팰리센터의 공식 유튜브 계정(http://www.youtube.com/user/paleycenter)에 편집본으로 올라온다. 좋아하는 쇼가 있으면 한 번 가서 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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