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휩쓸지 않아도 공중파에서는 하기 어려운 독특한 작품들도 케이블 방송사의 성격에 맞춰 방송하면서 큰 인기를 얻기도 한다. 잘생긴 맷 보머를 실컷 구경할 수 있는 화이트 칼라(White Collar)가 방송되는 USA는 파트너십, 브로맨스 등 캐릭터와 그 관계를 위주로 한 시리즈를 제작해 방영한다. USA의 드라마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어서 잘 챙겨보는데, 문제는 각 시리즈의 새 시즌이 모두 7월(!!!)에 방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두어 달 동안 뭘 볼까 하며 이것저것 찾아 봤는데, 드디어 맘에 드는 시리즈를 찾았다. 바로 A&E의 롱마이어(Longmire)다.
롱마이어의 배경은 와이오밍 주의 아브사로카(Absaroka) 카운티의 보안관, 월트 롱마이어(Walt Longmire)의 이야기다. 아브로스카 카운티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샤이엔(Chyenne) 자치구와 접해 있다. 와이오밍 토박이인 롱마이어는 오랫동안 아브사로카 카운티의 보안관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멋진 첨단 기술 없이 감각과 증거로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그런 롱마이어에게도 아픔이 있다. 시리즈의 시작 1년 전에 암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잃었는데, 병마로 잃은 것이 아니라 살인사건으로 잃은 것이다. 롱마이어가 방황하고 힘들어했던 것은 이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플롯 중 하나로, 1시즌 끝에 잠깐 언급했고, 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듯하다. 이 외에도 보안관 일을 하면서 샤이엔 자치경찰과 사이가 틀어진 것, 그리고 아브사로카 카운티의 유지들과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 등 롱마이어의 주위에는 쉬운 일이 하나 없지만, 그는 묵묵하게 보안관 일을 해낸다.
롱마이어에게는 부관이 세 명 있다. 빅 모레티(Vic Moretti)는 필라델피아 경찰 출신으로, 가스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아브사로카 카운티로 이주해 왔다. 남편과는 갈등을 반복하지만 서서히 아브사로카 카운티에 적응하며, 롱마이어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상관으로서 존중한다. 반면 브랜치 코널리(Branch Connelly)는 아브사로카 카운티의 유지의 아들로, 롱마이어의 보안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보안관 선거에 출마한다. 능력있는 수사관이자 보안관이지만 롱마이어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를 보안관으로 만드려는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퍼그"라 불린 퍼거슨("The Ferg" Ferguson)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롱마이어가 특별히 채용한 부관으로, 무기나 위기 상황을 다루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아브사로카 카운티 토박이로서의 지식을 활용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롱마이어의 딸인 케이디(Cady Longmire)는 지역 검찰청의 검사였다가 사직하고 로펌의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롱마이어가 부인을 잃고 힘들어할 때 그를 돌보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롱마이어의 가장 친한 친구인 헨리 스탠딩베어(Henry Standing Bear)는 샤이엔으로, 아브사로카 카운티에서 술집을 운영한다. 월트가 사건 수사로 샤이엔 사람들을 다뤄야 할 때 중재자로 나서기도 하며, 뛰어난 추적 기술로 월트가 증인이나 증거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롱마이어는 내가 즐겨 보는 시리즈 - 캐슬,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수츠, 코버트 어페어즈 - 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배경이 화려하지도 않고, 등장 인물도 많지 않고,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없다.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화려하지 않아서 사실적인 스타일과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 내가 챙겨보던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자연 배경에 빠져든다. 황량한 중서부를 배경으로 한 수사물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나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는 화려한 도시뿐 아니라 이런 곳도 있고, 이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며, 이 사람들이 사는 공간과 삶의 맥락 속 사건이 일어나며, 그 안에서 사건을 해결한다. 이것만으로도 '다르다'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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