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Castle) - 내가 캐슬을 좋아하는 이유
본 게시물은 1시즌부터 5시즌까지의 스포일러가 어지럽게 분포하고 있으니 캐슬을 보시는 분들 중 4시즌과 5시즌을 안 보시는 분들은 안 보시는 걸 권합니다 ㅠㅠㅋㅋ
5시즌 들어와서 다시 버닝중인 캐슬. 덕분에 1시즌부터 제대로 복습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법한 장면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도 다시 보고 있다. 원래 주연인 네이선 필리언(캐슬) 때문에 보기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은 이 작품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 앤드류 W 말로우 씨 사랑합니다 ㅠㅠ
주인공인 릭 캐슬(Richard Castle, Rick Castle)은 베스트셀러를 몇 편이나 써낸 미스터리 소설가이며, 바람둥이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자신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렸던 캐릭터를 죽이고,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하는데 영감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때 자신의 초기 작품들을 모방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케이트 베켓(Katherine Beckett, Kate Beckett)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 캐슬은 베켓의 사건 수사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절차와 증거를 우선시하는 형사와 스토리와 상상의 나래를 제대로 펼치는 작가 사이에 팽팽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캐슬은 베켓에게서 영감을 얻은 자신의 새 캐릭터, 니키 히트를 창조하고, 소설을 위한 조사 차원으로 베켓과 그의 팀을 따라다닌다.
... 이게 1시즌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5시즌을 방영하고 있는 캐슬을 이해하는 데 몇 가지 중요한 플롯이 있다. 이것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개별 에피소드인 드라마의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첫번째는 베켓의 과거. 변호사 부부의 자녀로 맨해튼에서 자라나고 사립학교를 다닌 케이트 베켓이 뉴욕 경찰 형사가 된 것은 1999년 1월 9일 일어난 어머니, 조애나 베켓의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단순강도로 처리된 사건을 끝까지 수사하기 위해 베켓은 스탠포드 대학교를 포기하고 뉴욕으로 돌아와 경찰이 된다. 형사가 된 이후로 미궁에 빠진 어머니의 사건에 매달리며 좌절을 겪었다. 결국 사건의 수사를 포기하려 할 때, 캐슬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면서 점점 어머니의 살인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단순한 강도 및 살해 사건이었던 조애나 베켓의 죽음은 몇몇 경찰, 마피아, 정치적 거물까지 개입된 거대한 권력 조직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베켓은 아끼던 상관이자 멘토를 잃고, 자신도 총에 맞았다가 살아날 뻔하고,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와 거래하기도 한다.
두번째는 캐슬과의 충돌로 인해 변화하는 베켓의 모습이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마음의 벽을 치고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 케이트 베켓을 바꾼 것은 릭 캐슬이었다. 베켓이 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캐슬은 그녀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단단한 파트너십을 이뤘고, 베켓은 그를 통해 자신의 삶에는 어머니의 살인사건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4년 동안 자신의 옆을 지키며 기다리고 지켜준 캐슬에게 마음을 연다(Spoiler Alert!).
캐슬 또한 베켓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 캐슬에게 베켓은 처음에는 섹시한 여자 형사를 하룻밤 상대였다면, 이후에는 자신의 최대 베스트셀러인 니키 히트 시리즈의 뮤즈로, 함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파트너로, 그리고 어떤 희생을 치러서도 지켜주고 싶은 사랑이 된다. 케이트 베켓이라는 단단한 벽을 허물고 마음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이전의 바람둥이 생활을 청산한다.
물론 두 사람이 맺어지는 과정에는 물론 캐슬의 바람둥이 이미지 - 2번의 이혼, 전처와의 재결합 시도에 베켓의 애인들 - FBI 요원, 강도검거반 형사, 오토바이 의사 - 이라는 무시못할 변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우정의 중간지점을 뱅뱅 맴도는 두 사람의 어정쩡(!!)한 관계도 진도를 못 나가게 하는 데 한몫 한다. 단순히 서로에게 끌리는 것을 넘어서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1시즌에서 4시즌까지, 특히 4시즌의 백미라 볼 수 있다. 간질간질~ㅋㅋ
세번째는 4시즌부터 나오기 시작한 캐슬의 과거 이야기이다. 사실 4시즌까지의 가장 큰 플롯인 조애나 베켓 사건은 5시즌 들어와서 일단 마무리가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 4시즌부터 캐슬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캐슬은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어머니인 마사, 딸인 알렉시스와 함께 산다. 그의 어머니는 싱글맘이 흔하지 않았던 40여년 전에 어떤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아들인 리처드 - 릭 캐슬 - 를 낳는다. 살아가는 동안 캐슬은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4시즌에서 몇년 전 소설 집필을 위해 따라다녔던 CIA 요원, 소피아가 그의 아버지의 존재를 딱 한번 언급한다. 이것이 이후 4시즌과 5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또 다른 이야기로 발전한다. 크리에이터인 앤드류 말로우는 인터뷰를 통해 "4시즌까지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사건 해결과 베켓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후에는 캐슬의 과거가 밝혀지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라고 밝혔다. 캐슬과 베켓 사이의 관계도 변화할 것이라 예상하는데, 사소하게는 관계의 역학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좀 더 나아간다면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듯하다. 일개 팬으로서의 작은 바람이라면 제발 헤어지게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거... (앤드류 아저씨 ㅠㅠㅠㅠ)
그러면 왜 나는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가?
첫번째는 수사와 사람 간 관계의 적절한 조화다. 사실 캐슬의 사건은 CSI나 다른 수사드라마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다. 하지만 수사물의 기본인 사건, 이야기, 증거의 조화가 잘 들어맞는다. 캐슬을 즐겨보시는 어떤 선생님께서는 가장 형태가 잘 갖춰진 탐정 드라마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탐정 드라마가 이 모든 것을 다 하는 탐정과 그의 조력자라는 설정을 내놓는 반면, 캐슬에서는 탐정의 머리를 두 사람이 나눠가지고, 이 두사람이 충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베켓은 형사답게 절차, 증거, 심문, 논리 등을 내세워서 수사를 하고, 캐슬은 소설가답게 사람과의 관계, 관찰, 끊임없는 가설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다이나믹한 관계는 사건을 해결할 뿐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가설을 제시하고 반박하는 이 모든 과정이 두 사람에게는 일종의 foreplay(음... 이 말 써도 되는 거야?ㅋㅋ)가 되는 셈이다. 사실 이런 관계를 가장 잘 활용하는 다른 드라마가 본즈(Bones)다. 드라마가 오래 못 살아남는 Fox에서 2013-14 9시즌 확정까지 받아낸 저력은 결국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브레넌과 부스가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며 가장 든든한 파트너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그리고 함께 아기를 낳고 가정을 이뤄가는, 남녀 관계 발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캐슬은 본즈의 두 캐릭터만큼 심하게 대립하진 않고,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공통점도 어느 정도 있다.
두번째는 오바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수사물은 가끔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스토리 흐름이 널뛰기 뛰듯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캐슬은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풀어가면서 이야기 자체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수사와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나 과학적 상식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과학수사물을 보면서 용어 때문에 어려워했는데, 캐슬은 그런 게 많이 없어서... 좋다 ㅠㅠㅋㅋ
세번째는 하위문화의 적절한 차용과 깨알같은 패러디다. 릭 캐슬의 얇고 너어어어얿은 상식, 그리고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가다운 부유한 라이프스타일은 마술, 만화, 공포영화 등 다양한 소재를 생활과 사건 속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이다. 특히 대중문화 관련 인용이 상당히 많아서 이해하면 '아...'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캐슬 역의 네이선 필리언이 비운의 SF 명작, <파이어플라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파이어플라이(Firefly)>도 나쁘지 않게 써먹는 편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어벤저스>의 조스 위든(Joss Whedon) 감독이 2003년에 제작한 SF 드라마로, 미드를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보길 권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Geeky한 아이템을 너무 Geeky하지 않게 잘 쓴다. 이 수위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이 정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네번째는 서로 다른 형태의 콘텐츠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릭 캐슬이 쓴 니키 히트 시리즈가 하드카피는 물론 전자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데릭 스톰 시리즈는 마블 코믹스가 그래픽 노블로 제작하기도 했다. 니키 히트 시리즈는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한 권씩 나오는데, 작가는 물론 리처드 캐슬이며(물론 유령작가가 쓴 것이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캐슬을 소설로 보는 것 같지만 조금은 다르게 비틀어서 적고 있다. 일단 니키 히트 시리즈도 캐슬처럼 형사인 니키 히트와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제임슨 루크가 팀을 이루지만, 캐슬과 베켓처럼 매일 붙어다니는 파트너는 아니고, 두 사람의 로맨틱한 관계는 캐슬과 베켓보다 일찍 시작한다. 사건 현장은 캐슬과 베켓이 수사하던 사건을 비슷하게 가져오고, 사건의 수사 과정도 캐슬과 베켓의 파트너십처럼 다뤄지기보다는 니키 히트를 좀 더 중점적으로 다룬다. 캐슬의 에이전트인 폴라는 니키 히트 시리즈를 캐슬이 베켓에게 바치는 절절한 러브레터라고 불렀고, 한 시청자는 이를 '제작진이 쓰는 팬픽션'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캐슬을 보며 미스터리 소설가의 삶을 보고, 그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작품인 니키 히트 시리즈를 읽는다. 현실의 시청자가 가상의 소설가가 쓴 소설을 읽는다는 점은 시청자-독자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솔직히 소설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캐슬을 보고 읽으면 엄청 재미있다.ㅋㅋ) 이는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나 소설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미디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도 흥미롭게 볼 만한 미디어 상품화의 한 예이며 트랜스미디어의 적절한 예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 정리가 안 되네... 암튼 =_=)
난 드라마를 몇 번이고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한 번 보면 그냥 끝이지만, 캐슬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 새롭게 해석하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청 좋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사랑받을 만하다. 게다가 요샌 시청률도 잘 나와서 기분도 좋다.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캐슬과 베켓이 결혼하는 것은 보고 말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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