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Man In America (2012) |
Tracklist
- Wilderland
- Young Man in America
- Coming Down
- Dyin' Day
- Venus
- He Did
- Annmarie
- Tailor
- Shepherd
- You Are Forgiven
- Ships
난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듣긴 하지만 음악을 들을 줄은 모른다. 그저 그 음악이 주는 느낌에 충실할 뿐 어떤 음악의 갈래인지 어떤 대가의 영향을 받았는지 이 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 것은 평론의 영역이고, 내 세계는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한때 평론의 세계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나는 음악에 있어서는 그저 좋은 것을 듣고 즐거워하는 팬으로 남고자 한다. 그래서 이렇게 지껄이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Hadestown]을 들으면서도, 그리고 이 앨범을 들으면서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에 대해 새삼 존경하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 이렇게 꾸준히 좋은 앨범을, 그것도 메이저 레이블이 아닌 DIY 레코딩으로 유명한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의 Righteous Babe Records를 거쳐 자신만의 레이블인 Wilderland Record에서 만들어오고 있다. 영국발 포크락이 전세계를 휩쓸기 전부터 많은 포크 가수들처럼 그녀도 고향 버몬트에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 왔다. 시장과 대중의 눈에 들기 이전부터 좋은 음악은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앨범은 전작과 달리 하나로 통일할 만한 큰 스토리를 구성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그녀가 살고 있는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아이와 아이를 기르는 것에 비유하여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느껴지진 않는다. 대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슬픔이다.
가사를 알지 못해도 아나이스 미첼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가 만들어내는 멜로디가 슬프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다. 어떻게 들으면 다소 귀엽기도 한 아나이스 미첼의 목소리는 어쿠스틱 기타를 위시한 정갈하고 소박한 연주에 얹어져 심장을 찌르는 감정을 전달한다. 그녀의 음악은 "내 노래는 슬퍼요. 내 이야기는 슬퍼요.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라며 절절하게 우는 스타일이 아니다(그리고 그런 음악은 정말 정말 싫다.) 이 음악을 플레이했을 때 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방을 제대로 맞고 비틀거리는 듯했다. 한(恨)의 정서를 미국인이 풀어내면 이런 느낌일까? 너와 내가 함께 감내하는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니 그것만큼 슬픈 게 없는데, 한참 슬픔에 잠기고 나면 위로를 받는 느낌. 한없이 슬픔에 침잠했을 때 얻는 묘한 카타르시스. 그걸 전달하려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음악을 들으니, 최근 우리 나라며 외국이며 기타만 들면 장땡이라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떠오른다. 포크 음악을 민중의 슬픔을 말함으로써 그것을 어루만지는 음악이라 정의한다면, 기타를 뚱기뚱기 뜯으며 봄날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때 그 봄날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의 '찬란한 슬픔'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기타를 들면 무조건 저항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 아니다. 껍데기만 포크를 뒤집어쓴 것이 아니라 음악과 가사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스무살에게 뭘 바라겠니... 라고 하지만, 요즘은 스물도 안 됐는데 평론가들에게 찬사받은 앨범을 만드는 포크 아티스트도 수두룩하다. 그들은 미국인이고 영국인이라 되고 우리는 한국인이라 안 된다는 그런 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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