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is Mitchell - Young Man In America (2012)

Young Man In America (2012)

Tracklist
  1. Wilderland
  2. Young Man in America
  3. Coming Down
  4. Dyin' Day
  5. Venus
  6. He Did
  7. Annmarie
  8. Tailor
  9. Shepherd
  10. You Are Forgiven
  11. Ships

난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듣긴 하지만 음악을 들을 줄은 모른다. 그저 그 음악이 주는 느낌에 충실할 뿐 어떤 음악의 갈래인지 어떤 대가의 영향을 받았는지 이 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 것은 평론의 영역이고, 내 세계는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한때 평론의 세계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나는 음악에 있어서는 그저 좋은 것을 듣고 즐거워하는 팬으로 남고자 한다. 그래서 이렇게 지껄이는 것이 크게 두렵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Hadestown]을 들으면서도, 그리고 이 앨범을 들으면서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에 대해 새삼 존경하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 이렇게 꾸준히 좋은 앨범을, 그것도 메이저 레이블이 아닌 DIY 레코딩으로 유명한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의 Righteous Babe Records를 거쳐 자신만의 레이블인 Wilderland Record에서 만들어오고 있다. 영국발 포크락이 전세계를 휩쓸기 전부터 많은 포크 가수들처럼 그녀도 고향 버몬트에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 왔다. 시장과 대중의 눈에 들기 이전부터 좋은 음악은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앨범은 전작과 달리 하나로 통일할 만한 큰 스토리를 구성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그녀가 살고 있는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아이와 아이를 기르는 것에 비유하여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느껴지진 않는다. 대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슬픔이다.

가사를 알지 못해도 아나이스 미첼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가 만들어내는 멜로디가 슬프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다. 어떻게 들으면 다소 귀엽기도 한 아나이스 미첼의 목소리는 어쿠스틱 기타를 위시한 정갈하고 소박한 연주에 얹어져 심장을 찌르는 감정을 전달한다. 그녀의 음악은 "내 노래는 슬퍼요. 내 이야기는 슬퍼요.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라며 절절하게 우는 스타일이 아니다(그리고 그런 음악은 정말 정말 싫다.) 이 음악을 플레이했을 때 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방을 제대로 맞고 비틀거리는 듯했다. 한(恨)의 정서를 미국인이 풀어내면 이런 느낌일까? 너와 내가 함께 감내하는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니 그것만큼 슬픈 게 없는데, 한참 슬픔에 잠기고 나면 위로를 받는 느낌. 한없이 슬픔에 침잠했을 때 얻는 묘한 카타르시스. 그걸 전달하려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음악을 들으니, 최근 우리 나라며 외국이며 기타만 들면 장땡이라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떠오른다. 포크 음악을 민중의 슬픔을 말함으로써 그것을 어루만지는 음악이라 정의한다면, 기타를 뚱기뚱기 뜯으며 봄날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때 그 봄날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의 '찬란한 슬픔'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기타를 들면 무조건 저항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 아니다. 껍데기만 포크를 뒤집어쓴 것이 아니라 음악과 가사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스무살에게 뭘 바라겠니... 라고 하지만, 요즘은 스물도 안 됐는데 평론가들에게 찬사받은 앨범을 만드는 포크 아티스트도 수두룩하다. 그들은 미국인이고 영국인이라 되고 우리는 한국인이라 안 된다는 그런 건 없지 않나?


Barenaked Ladies - Grinning Streak (2013)

Grinning Streak (2013)

Tracklist
  1. Limits
  2. Boomerang
  3. Off His Head
  4. Gonna Walk
  5. Odds Are
  6. Keepin' It Real
  7. Give It Back to You
  8. Best Damn Friend
  9. Did I Say That Out Loud?
  10. Daydreamin'
  11. Smile
  12. Crawl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스(Barenaked Ladies, BNL)는 얼터너티브 락이 위용을 떨치던 90년대, 캐나다를 대표하는 락 밴드였다. 물론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캐나다의 사랑을 열렬히 받고 있지만, 당시 BNL은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가사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은 개성있는 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밴드의 메인 보컬이자 송라이터인 스티븐 페이지(Steve Page)가 탈퇴한 이후에도 BNL의 음악을 채우는 유머와 멜로디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좀 더 어른스러워졌달까? 유튜브에서 BNL의 예전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느꼈던 어린아이 같은 느낌은 지난 앨범인 All In a Good Time에서도, 이번 앨범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드나 영화에서 많이 보는 스탠드업 코미디로 비유하자면 예전 앨범들은 꾸러기 모자를 쓴 젊은 코미디언의 재기넘치는 농담이라면, 이제는 관록있는 코미디언이 한 손에 위스키를 들고서 살면서 느낀 모순의 순간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듯하다.

첫 트랙인 'Limits'에는 전자음을 첨가했지만 그 외에는 BNL 음악의 기본인 포크와 얼터너티브 락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첫 싱글인 'Boomerang'의 멜로디는 한 번 듣자마자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캐치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맘에 드는 트랙은 5번인 'Odds Are'다. 들을 때마다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 정도로 멜로디와 리듬이 가볍고 신나며, 그 위에 얹은 가사도 상당히 재미있다. '오늘은 괜찮을 거야, 내일도 괜찮을 거야'라는 가사도 신나게 따라부르다보면 마음의 위로가 된다. 그 외에도 다른 트랙들이 덥고 습한 날씨에 지친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들은 그대로지만, 세월이 그들의 외양도 내면도 모두 바꿔놓았다. 그리고 난 그들의 베스트 앨범을 들으면서 어렸을 때 듣지 못했던 음악에 감사하고, 이들의 최근 앨범을 들으며 나이를 먹어 이런 노래를 들으며 즐길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Dr. Horrible's Sing-Along Blog - Commentary the Musical




닥터 호러블의 싱어롱 블로그가 더 재미있는 건
DVD에 넣을 코멘터리도 모두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캐스트와 작가, 감독이 모두 모여서 노래를 연습하고 부르고 ㅋㅋㅋㅋ
결국 오디오로만 존재하는 하나의 뮤지컬을 또 만든 것이다.

게다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고
모두 자기들 이야기만 하는 게 더 웃기다.
작품 이야기는 "이 작품을 왜 만든 거예요?"라는 물음에 답한
2번 트랙 'The Strike' 하나밖에 없다는 거?

감독에게 10달러를 주고 솔로파트를 따낸 그루피 2를 닐이 울려버린 'Ten Dollar Solo',
네이든이 자기가 닐보다 낫다고 우기는 'Better (Than Neil)',
위든 형제 막둥이인 잭 위든의 드라이한 유머가 빛나는 'Zack's Flavor'
그리고 닐과 네이든의 좋았던 한때를 떠올리는 'Ninja Rope'

... 이 트랙 네 개는 배가 째질 정도로 웃긴다.
특히 'Ninja Rope'는 가사와 달리 낭만적인 하모니 때문에
정말 떼굴떼굴 구르면서 들었다.


Numbers
  1. Commentary! — Company
  2. Strike — Company
  3. Ten-Dollar Solo — Stacy Shirk (as Groupie #2), Neil Patrick Harris
  4. Better (Than Neil) — Nathan Fillion
  5. It's All About the Art — Felicia Day
  6. Zack's Flavor — Zack Whedon, female backups, Joss Whedon
  7. Nobody Wants To Be Moist — Simon Helberg (as Moist)
  8. Ninja Ropes — Jed Whedon, Neil Patrick Harris, Nathan Fillion
  9. All About Me — Extras
  10. Nobody's Asian in the Movies — Maurissa Tancharoen
  11. Heart (Broken) — Joss Whedon, backups (Jed Whedon, Zack Whedon, Maurissa Tancharoen)
  12. Neil's Turn — Neil Patrick Harris
  13. Commentary! (Reprise) — Company
  14. Steve's Song — Steve Berg


전곡은 이 유튜브 영상에서 들을 수 있다.

Dr. Horrible's Sing-Along Blog - Act 1


조스 위든(Joss Whedon)이라는 작가 겸 감독을 알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건 물론 버피와 파이어플라이 덕분이지만,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스 위든의 작품은 버피나 엔젤, 파이어플라이가 아닙니다. 바로 그가 2008년 인터넷으로 공개한 닥터 호러블의 싱어롱 블로그(Dr. Horrible's Sing-Along Blog, 이하 닥터 호러블)인데요. 소규모 자본으로 제작한 단편 영화이지만 조스 위든의 독특한 유머가 담겨 있고, 뮤지컬 넘버도 정말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닐 패트릭 해리스와 네이든 필리언 두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이러면 닥치고 봐야죠 ㅋㅋ

닥터 호러블은 2007-08년 작가파업 당시 독립 프로젝트를 해보려는 조스 위든이 형제인 잭 위든(Zach Whedon, 작가)와 제드 위든(Jed Whedon, 작가 겸 음악가), 제드의 부인인 모리사 탠처론(Maurissa Tancharon) 등과 함께 음악과 각본을 썼습니다. 그리고 친분이 있었던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와 조스 위든 사단의 슈퍼스타, 네이든 필리언(Nathan Fillion)이 출연을 확정하면서 작은 프로젝트 치고는 매우 튼실한 제작 및 캐스트를 갖춥니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8년 5월 이틀에 한 막씩 훌루(Hulu)를 통해 공개했는데, 조스 위든을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던 세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이후에 DVD, 블루레이는 물론 사운드트랙 앨범도 나왔고, 더불어 셔츠 등의 상품과 가사와 악보를 모두 수록한 책까지 판매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DVD의 코멘터리도 모두 뮤지컬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 주요 출연진과 조스, 잭, 제드, 모리사까지 모두 노래를 부른다는 겁니다. 이것도 아이튠즈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ㅋㅋㅋ

사람들이 조스 위든이나 네이든 필리언이 코믹콘에 갈 때마다 닥터 호러블의 시퀄을 만들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세 사람 - 조스 위든, 닐 패트릭 해리스, 네이든 필리언 - 이 미친듯이 바빠서 아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ㅠㅠㅋㅋ

CAST

닥터 호러블(Dr. Horrible) -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 How I Met Your Mother)
캡틴 해머(Captain Hammer) - 네이든 필리언(Nathan Fillion, Firefly, Castle)
페니(Penny) - 펠리시아 데이(Felicia Day, Dollhouse, Supernatural)
모이스트(Moist) - 사이먼 헬버그(Simon Helberg, The Big Band Theory)

ACT 1



주인공, 닥터 호러블입니다. 
닥터 호러블은 악당다운 악당이 되고 싶어
매번 거창한 계획을 짜지만 확실하게 성공하진 못합니다. 
'악당 중의 악당' 리그에 들어가고 싶어 신청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장을 받지 못했죠. 
그는 자신의 비디오블로그를 운영하며 소위 '팬'들과 이메일로 소통하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당신이 항상 진정한 악당임을 그녀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그녀는 누구인가요? 당신에 대해 알고 있나요?"


......


빌리(닥터 호러블)은 빨래방에서 본 페니(Penny)에게 반했지만
몇 달째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말을 걸고 싶지만 매번 우물쭈물, 겁을 먹고 물러나죠. 
상상 속에선 그녀와 함께 춤을 추며 사랑하지만 현실은 쭈구리 쭈구리...

내 프리즈 레이로 세상을 멈출 거예요.
내 프리즈 레이로 적당한 말을
찾을 시간을 벌 거예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당신을 보면 내가 어떤 기분이 드는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바보가 된 것 같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뭔가를 간절히 바라게 돼요.
(My Freeze Ray)





그의 동료인 모이스트(Moist)가 그에게 온 편지를 전해줍니다. 
그때 닥터 호러블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 
'악당 중의 악당' 리그의 수장이자 전설적인 악당인 
배드 호스(Bad Horse)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신청서를 잘 받았네.
평가를 위한 게임을 시작해 볼까? 
흉악한 범죄는 기본이고 
살인도 환영하네. 
지켜보고 있으니
배드 호스를 기쁘게 하도록.
(Bad Horse Chorus)


마침내 악당 중 악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닥터 호러블은
은행의 현금수송 차량을 털기로 했는데, 아뿔싸.
하필 그날 그 거리에 자신이 좋아하던 페니가
노숙자 쉼터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었어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안식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서명만 해 주시면 돼요.
내용은 읽어 볼 필요도 없답니다.
(Caring Hands)


닥터 호러블이 차량에 자동조종장치를 걸어놓고
핸드폰으로 조종하려고 하는 순간 페니가 나타나 말을 걸고 마네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좋아하는 여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 닥터 호러블은
결국 페니에게 건성으로 대답하고 계획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남자라면 할 일은 해내야 하는 법.
실행하지 못할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게 낫지
중요한 건 자신의 손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
곧 난 모든 걸 조종할 거야
이제 너는 내 말을 듣는...
(A Man's Gotta Do - Dr. Horrible's Part)


그때 그의 적, 캡틴 해머(Captain Hammer)가 나타나네요. (꺄악~ 네이든~ >_<)


다들 물러나시오, 볼 것도 없으니
그저 잠깐 위험한 일이고 내가 있으니까.
캡틴 해머가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왔소!
(A Man's Gotta Do - Captain Hammer's Part)


캡틴 해머가 자동조종장치를 부셔버리자 밴은 도로를 질주하다고,
닥터 호러블은 조종장치로 밴을 세우려 하지만 컨트롤러가 말을 듣지 않아요.
밴이 길에 서 있던 페니를 덮치려고 하자 캡틴 해머는 페니를 쓰레기 더미로 밀어버리죠.
그제서야 조종장치가 말을 들어 캡틴 해머의 바로 앞에서 서고,
페니를 물건 던지듯이 밀어버린 데 화가 난 닥터 호러블은 캡틴 해머에게 덤벼듭니다.
하지만, 캡틴 해머에게 얻어맞는 닥터 호러블이 이번에도 이길 리가 없죠.



그런데 그때 정신을 차린 페니가 캡틴 해머에게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캡틴 해머는  이에 당신을 구하는 게 운명이었다는 멘트를 날리죠.
그리고 페니는 캡틴 해머에게 반합니다. 


고마워요, 캡틴 해머
살게 될 줄 몰랐는데
밴을 세워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온몸이 조각나 여기저기 흩어졌을지도 몰라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A Man's Gotta Do - Penny's Part)

남자라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죠.
내가 당신을 구하는 게 운명인 것 같군요.
최고는 쉴 틈이 없죠. 왜 아니겠어요.
무찔러야 할 적도 있고 해체해야 할 폭탄도 있지만
내게 보이는 운명은 당신이 날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것
(A Man's Gotta Do - Captain Hammer's Part)


"밴은 내가 세웠는데! 페니는 내가 구했는데!"
하지만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닥터 호러블은 현금수송차량의 돈만 챙겨서 떠납니다.




ACT 1
End


Dr. Horrible's Sing-Along Blog - Act 3

ACT 3


캡틴 해머는 날마다 좋은 일만 있습니다.
사람들이 캡틴 해머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죠. 소위 광팬까지 생겼고요.
그리고 여자친구인 페니와는 잠자리도 했습니다.


그동안 닥터 호러블은 캡틴 해머에 복수할 계획을 세웁니다.
페니는 더 이상 세탁방 친구 빌리와 만나지 못하죠.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과 달리
캡틴 해머도 좋아하지만 빌리를 아끼는 마음에 혼란스러워합니다.

내게는 정말 완벽하다고
사람들이 그러는데
난 그저 괜찮은 것 같아.
몇 년 동안 폭풍 속에서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안식처를 찾은 걸까?
해피 엔딩은 없다고
사람들이 말하던데.
그런 척하는 건 그만둘까?
아니면 이게 맞는 걸까?
(So They Say - Penny's Part)


마침내 노숙자 쉼터를 열면서 동시에 캡틴 해머를 기념하는 동상의 제막식이 열립니다.
캡틴 해머는 그 자리에서 연설을 하며 자신의 진짜 생각을 이야기하죠.
여자친구가 사실 자신의 취향은 아니라는 둥,
그래도 여자친구 때문에 냄새나고 더러워 상대하기 싫은
노숙자 문제에 관여하게 됐다는 둥...
무대 위에 있던 페니는 캡틴 해머에게 실망하여 자리를 피합니다.
그런 것도 모른 채 캡틴 해머는 연설을 계속 하죠.


모든 사람들은 다들 나름대로 영웅이랍니다.
모두들 자기만의 악당이 있기 마련이에요.
물론 내가 상대하는 것들만큼 멋지진 않지만
그래도 여러분, 자기 분수를 아는 게 좋죠.
다들 나름대로 영웅인 거죠.
그다지 영웅답지 않은 방식이긴 하지만요.
(Everyone's A Hero)


그때 닥터 호러블이 캡틴 해머에게 프리즈 레이를 쏘며 등장합니다.
캡틴 해머를 꼼짝못하게 만들고는 그 자리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어서 도망가서
끔찍했다고 말해.
세상에 퍼뜨려.
친구들에게 이 이야길 전해.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도 올려.
영웅의 시대는 끝났다고.
저 놈을 봐, 한 마디도 못하지.
해머, 이제 너는 끝이다.
(Slippin')

이제 사람을 죽이는 데쓰 레이를 캡틴 해머에게 발사하려는 찰나
프리즈 레이에 이상이 생깁니다.
결국 캡틴 해머는 풀려나고 닥터 호러블을 단번에 제압하죠.
그리고 데쓰 레이를 쏘려 합니다.


하지만 데쓰 레이를 못 쓴 이유가 있었죠. 무기에 결함이 있었던 겁니다.
결국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무기가 부서지고 캡틴 해머는 광선에 맞아 쓰러집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고통이란 걸 느끼고, 그제서야 본성이 나오죠.
그리고는 악당을 처치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꽁무니를 내뺍니다.

결국 자신의 목적을 이룬 닥터 호러블은 뿌듯해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무기 파편에 복부를 맞은 페니를 보고 맙니다.



숨을 거두며 페니는 그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죠.
"걱정 말아요, 빌리.
캡틴 해머가 우리를 구해줄 거예요."


닥터 호러블은 캡틴 해머를 물리치고 그의 여자친구를 죽임으로써
영웅을 물리친 악당이라는 명성을 얻습니다.
캡틴 해머는 패배와 고통이라는 걸 처음 맛본 후 심리상담을 받고요.


캡틴 해머는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악당으로서 '악당 중 악당' 리그에 입성하게 되죠.


드디어 악몽은 현실이 되고
닥터 호러블이 여기 등장했네
당신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세상 모두를 무릎꿇게 만들 것이다.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것...)
그리고 난...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거야.
(Everything You Ever)



ACT 3
End


Dr. Horrible's Sing-Along Blog - Act 2

ACT 2


'악당 중의 악당' 리그에 들어가기 위한 범죄도 실패하고, 
짝사랑하는 여자를 숙적에게 빼앗긴 닥터 호러블은 절망과 낙담으로 넋을 놓고 맙니다. 
자신이 구한 여자가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걸 보고 있기 괴로우니까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
세상은 더러움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는데.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안의 악함이 커지고 있다는 것.
(My Eyes - Dr. Horrible's Part)


하지만 캡틴 해머는 힘은 슈퍼히어로일지 몰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페니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의 앞에선 노숙자들에게 싱글거리며 대꾸하지만 
사실은 저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매우 거만한 인간이죠. 


하지만 페니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캡틴 해머에게 더욱 빠져듭니다. 
드디어 어두운 자신의 삶에도 기쁨이 온다고 생각한 거죠.

내 눈을 믿을 수 없어.
드디어 세상이 현명해지는 걸까
내게는 마치
어떤 조화같은 것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My Eyes - Penny's Part)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은 엇갈립니다. 어우 불쌍해 ㅠㅠㅠㅠ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서로 말을 하는 사이가 됩니다. 성공했네 이건...
하지만 페니는 닥터 호러블의 기대와 달리 캡틴 해머가 참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하죠.
희망은 없는 건가요 ㅠㅠㅠㅠ

그리고 '악당 중의 악당' 리그에 들어가기 위한 범죄를 실행합니다.
시장의 슈퍼히어로 기념 다리 준공식의 기념사를 덮칠 계획을 세운 것이죠.
하지만 언제나 그러듯 블로그에 자신의 계획을 공유한 닥터 호러블이 간과한 건
경찰과 캡틴 해머가 자신의 블로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프리즈 레이가 제대로 발사되지 않았나 봐요.
결국 캡틴 해머가 던진 차에 머리를 맞고 돌아오죠.

그리고 배드 호스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배드 호스가 자네가 하려던 걸 봤다네.
창피를 당했으니 아직도 반대에 투표하겠다는군.
이제 암살밖에 방법이 없어.
누구든 자네든 피를 봐야겠어.
그러니 누굴 죽이게.
배드 호스 씀.
(Bad Horse Chorus)

하지만 닥터 호러블은 고민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자신은 '악당 중의 악당' 리그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한데
그걸 꼭 사람을 죽이는 걸로 증명해야 하냐고요.

... 닥터 호러블이 착한 사람인가?

페니에게도 결국 이런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물론 악당 중의 악당 리그라느니, 자신이 닥터 호러블이라는 건 빼놓고요.
그냥 이런 일도 일어나고 저런 일도 일어난다며 위로를 합니다.


당신이 상처받았다고 느낄 때
더 아파하는 사람이 있어요.
빗방울 하나하나가
당신이 이 땅에 뿌려놓은 씨를
자라나게 할 거예요.

그러니 고개를 들어요.
내 친구, 빌리.
(Penny's Song)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힌 두 사람...
그때 페니가 캡틴 해머 이야기를 꺼내죠. 나중에 들릴지도 모른다고요.
깜짝 놀란 닥터 호러블은 캡틴 해머를 마주치기 전에 세탁방에서 빠져나가려 합니다.
그때 세탁방에 들어서던 캡틴 해머와 마주치고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인사를 하죠. 

"어디서 본 얼굴인데?"
"흔한 얼굴인데요."

캡틴 해머는 페니에게 시장이 페니의 자선재단에서 쓸 건물을 수여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물론 캡틴 해머의 협박으로 얻어낸 거겠죠.)
페니는 캡틴 해머에게 고마워하며 그에게 키스합니다. 어우 닥터 호러블 어떡하니 ㅠㅠ
페니가 빨래를 가지러 간 사이 빨리 빠져나가려는데
캡틴 해머가 그를 잡고 말하죠.

"만나서 정말 반가워... 닥터."

맞습니다. 캡틴 해머는 닥터 호러블인 줄 알고 있었던 거죠.
페니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고요.
나중에 페니를 집에 데려가 같이 잘 거라고 자랑합니다.
그상처를 제대로 낸 거죠. 어우 나쁜놈 ㅠㅠ


슈퍼히어로라는 이유만으로 악당인 자신을  매번 지나치게 괴롭혔던 캡틴 해머에게
닥터 호러블은 이제 더 이상 복수를 미루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제 내겐 새로운 날이 왔어.
해는 높이 떠 있고
새들은 모두 네가 죽을 거라 노래하지.
내가 망설였었는데
이젠 왜 그랬을까 싶어.
새로운 날이 온 거야.
(Brand New Day)

ACT 2
End

Eagle-Eye Cherry - Desireless (1997)


Tracklist
  1. Save Tonight
  2. Indecision
  3. Comatose (In the Arms of Slumber)
  4. Worried Eyes
  5. Rainbow Wings
  6. Falling in Love Again
  7. Conversation
  8. When Mermaids Cry
  9. Shooting Up in Vain
  10. Permanent Tears
  11. Death Defied By Will
  12. Desireless

최신곡도 못 쫓아가는데 왜 세기말에 나온 노래를 듣고 난리인가 싶은데, 이때 나온 노래들 중 좋은 게 참 많다는 걸 나이를 먹고나니 알겠다. 그래서 이때 나온 노래들 중 맘에 드는 것들만 다시 찾아서 듣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글-아이 체리(Eagle Eye Cherry)의 데뷔 앨범이자 최고 히트작, [Desireless]다.

이글 아이 체리는 유명 재즈 뮤지션인 미국인 아버지 돈 체리(Don Cherry)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웨덴에서 나고 자라서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연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망 이후 스웨덴으로 돌아가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97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만든 곡을 스웨덴의 인디 레이블을 통해 발표했는데, 이것이 미국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단숨에 음악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 앨범은 80년대 말과 90년대를 지배했던 얼터너티브 락 사운드가 충만하지만, 다른 앨범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좀 더 어쿠스틱하고 멜로디는 더 캐치하며, 목소리는 더욱 부드럽다. 앨범 전체의 기본 골격은 얼터너티브 락이지만 보컬 자체는 마치 R&B나 보컬 재즈를 듣는 듯하다. 이는 굳이 고음을 내지르지 않아도, 부드러운 보컬의 매력 때문에 들으면서도 자꾸만 감탄한다. 이후 발매한 앨범들이 이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아 이미 잊혀진 뮤지션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사운드와 이 보컬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적인 영감이 가장 충만했던 20대 후반, 그가 팝 음악에서 작은 발자국을 찍은 이 앨범, 이 나이가 되어서는 한번 들어볼 만하다.



롱마이어 (Longmire)

메이저방송사 정규시즌이 끝나고 쉬어가는 시간, 즉 서머시즌이 시작됐다. 서머시즌에 메이저 방송사는 정규시즌에 방영했다가 캔슬한 작품의 잔여 에피소드를 보여주거나 인기 드라마의 재방송을 하는 게 대부분이고, 새 시리즈 편성은 극히 드물거나 캐나다에서 수입한 시리즈를 방영한다(이번에 김윤진이 출연한 Mistresses가 방영된다). 케이블 방송사에서 서머시즌에 새 시리즈를 방송하는 편인데, 시청률이 안 나오면 칼같이 종영하는 메이저방송사의 작품과 달리 케이블 드라마는 웬만큼 시청률이 나오면 최소한 2시즌까지는 보장한다. 그러다보니 어설픈 메이저방송사의 드라마보다 작품성 면에서 뛰어난 드라마들이 많다. 매드 맨(Mad Man), 홈랜드(Homeland),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등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시리즈들이 에미상, 골든글로브, SAG 어워즈,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까지 휩쓰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상을 휩쓸지 않아도 공중파에서는 하기 어려운 독특한 작품들도 케이블 방송사의 성격에 맞춰 방송하면서 큰 인기를 얻기도 한다. 잘생긴 맷 보머를 실컷 구경할 수 있는 화이트 칼라(White Collar)가 방송되는 USA는 파트너십, 브로맨스 등 캐릭터와 그 관계를 위주로 한 시리즈를 제작해 방영한다. USA의 드라마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어서 잘 챙겨보는데, 문제는 각 시리즈의 새 시즌이 모두 7월(!!!)에 방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두어 달 동안 뭘 볼까 하며 이것저것 찾아 봤는데, 드디어 맘에 드는 시리즈를 찾았다. 바로 A&E의 롱마이어(Longmire)다.



롱마이어의 배경은 와이오밍 주의 아브사로카(Absaroka) 카운티의 보안관, 월트 롱마이어(Walt Longmire)의 이야기다. 아브로스카 카운티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샤이엔(Chyenne) 자치구와 접해 있다. 와이오밍 토박이인 롱마이어는 오랫동안 아브사로카 카운티의 보안관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멋진 첨단 기술 없이 감각과 증거로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그런 롱마이어에게도 아픔이 있다. 시리즈의 시작 1년 전에 암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잃었는데, 병마로 잃은 것이 아니라 살인사건으로 잃은 것이다. 롱마이어가 방황하고 힘들어했던 것은 이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플롯 중 하나로, 1시즌 끝에 잠깐 언급했고, 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듯하다. 이 외에도 보안관 일을 하면서 샤이엔 자치경찰과 사이가 틀어진 것, 그리고 아브사로카 카운티의 유지들과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 등 롱마이어의 주위에는 쉬운 일이 하나 없지만, 그는 묵묵하게 보안관 일을 해낸다.

The Cast of "Longmire"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Walt Longmire(Robert Taylor), Victoria "Vic" Moretti(Katee Sackhoff),
Branch Connelly(Bailey Chase), Henry Standing Bear(Lou Diamond Phillips),
Cady Longmire(Cassidy Freeman), "The Ferg" Ferguson(Adam Bartley)

롱마이어에게는 부관이 세 명 있다. 빅 모레티(Vic Moretti)는 필라델피아 경찰 출신으로, 가스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아브사로카 카운티로 이주해 왔다. 남편과는 갈등을 반복하지만 서서히 아브사로카 카운티에 적응하며, 롱마이어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상관으로서 존중한다. 반면 브랜치 코널리(Branch Connelly)는 아브사로카 카운티의 유지의 아들로, 롱마이어의 보안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보안관 선거에 출마한다. 능력있는 수사관이자 보안관이지만 롱마이어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를 보안관으로 만드려는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퍼그"라 불린 퍼거슨("The Ferg" Ferguson)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롱마이어가 특별히 채용한 부관으로, 무기나 위기 상황을 다루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아브사로카 카운티 토박이로서의 지식을 활용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롱마이어의 딸인 케이디(Cady Longmire)는 지역 검찰청의 검사였다가 사직하고 로펌의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롱마이어가 부인을 잃고 힘들어할 때 그를 돌보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롱마이어의 가장 친한 친구인 헨리 스탠딩베어(Henry Standing Bear)는 샤이엔으로, 아브사로카 카운티에서 술집을 운영한다. 월트가 사건 수사로 샤이엔 사람들을 다뤄야 할 때 중재자로 나서기도 하며, 뛰어난 추적 기술로 월트가 증인이나 증거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롱마이어는 내가 즐겨 보는 시리즈 - 캐슬,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수츠, 코버트 어페어즈 - 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배경이 화려하지도 않고, 등장 인물도 많지 않고,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없다.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화려하지 않아서 사실적인 스타일과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 내가 챙겨보던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자연 배경에 빠져든다. 황량한 중서부를 배경으로 한 수사물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나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는 화려한 도시뿐 아니라 이런 곳도 있고, 이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며, 이 사람들이 사는 공간과 삶의 맥락 속 사건이 일어나며, 그 안에서 사건을 해결한다. 이것만으로도 '다르다'는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