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 위든(Joss Whedon)이라는 작가 겸 감독을 알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건 물론 버피와 파이어플라이 덕분이지만,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스 위든의 작품은 버피나 엔젤, 파이어플라이가 아닙니다. 바로 그가 2008년 인터넷으로 공개한 닥터 호러블의 싱어롱 블로그(Dr. Horrible's Sing-Along Blog, 이하 닥터 호러블)인데요. 소규모 자본으로 제작한 단편 영화이지만 조스 위든의 독특한 유머가 담겨 있고, 뮤지컬 넘버도 정말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닐 패트릭 해리스와 네이든 필리언 두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이러면 닥치고 봐야죠 ㅋㅋ
닥터 호러블은 2007-08년 작가파업 당시 독립 프로젝트를 해보려는 조스 위든이 형제인 잭 위든(Zach Whedon, 작가)와 제드 위든(Jed Whedon, 작가 겸 음악가), 제드의 부인인 모리사 탠처론(Maurissa Tancharon) 등과 함께 음악과 각본을 썼습니다. 그리고 친분이 있었던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와 조스 위든 사단의 슈퍼스타, 네이든 필리언(Nathan Fillion)이 출연을 확정하면서 작은 프로젝트 치고는 매우 튼실한 제작 및 캐스트를 갖춥니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8년 5월 이틀에 한 막씩 훌루(Hulu)를 통해 공개했는데, 조스 위든을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던 세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이후에 DVD, 블루레이는 물론 사운드트랙 앨범도 나왔고, 더불어 셔츠 등의 상품과 가사와 악보를 모두 수록한 책까지 판매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DVD의 코멘터리도 모두 뮤지컬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 주요 출연진과 조스, 잭, 제드, 모리사까지 모두 노래를 부른다는 겁니다. 이것도 아이튠즈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ㅋㅋㅋ
사람들이 조스 위든이나 네이든 필리언이 코믹콘에 갈 때마다 닥터 호러블의 시퀄을 만들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세 사람 - 조스 위든, 닐 패트릭 해리스, 네이든 필리언 - 이 미친듯이 바빠서 아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ㅠㅠㅋㅋ
CAST
닥터 호러블(Dr. Horrible) -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 How I Met Your Mother)
캡틴 해머(Captain Hammer) - 네이든 필리언(Nathan Fillion, Firefly, Castle)
페니(Penny) - 펠리시아 데이(Felicia Day, Dollhouse, Supernatural)
모이스트(Moist) - 사이먼 헬버그(Simon Helberg, The Big Band Theory)
ACT 1
주인공, 닥터 호러블입니다.
닥터 호러블은 악당다운 악당이 되고 싶어
매번 거창한 계획을 짜지만 확실하게 성공하진 못합니다.
'악당 중의 악당' 리그에 들어가고 싶어 신청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장을 받지 못했죠.
그는 자신의 비디오블로그를 운영하며 소위 '팬'들과 이메일로 소통하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당신이 항상 진정한 악당임을 그녀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그녀는 누구인가요? 당신에 대해 알고 있나요?"
......
빌리(닥터 호러블)은 빨래방에서 본 페니(Penny)에게 반했지만
몇 달째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말을 걸고 싶지만 매번 우물쭈물, 겁을 먹고 물러나죠.
상상 속에선 그녀와 함께 춤을 추며 사랑하지만 현실은 쭈구리 쭈구리...
내 프리즈 레이로 세상을 멈출 거예요.
내 프리즈 레이로 적당한 말을
찾을 시간을 벌 거예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당신을 보면 내가 어떤 기분이 드는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바보가 된 것 같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뭔가를 간절히 바라게 돼요.
(My Freeze Ray)
그의 동료인 모이스트(Moist)가 그에게 온 편지를 전해줍니다.
그때 닥터 호러블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
'악당 중의 악당' 리그의 수장이자 전설적인 악당인
배드 호스(Bad Horse)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신청서를 잘 받았네.
평가를 위한 게임을 시작해 볼까?
흉악한 범죄는 기본이고
살인도 환영하네.
지켜보고 있으니
배드 호스를 기쁘게 하도록.
(Bad Horse Chorus)
마침내 악당 중 악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닥터 호러블은
은행의 현금수송 차량을 털기로 했는데, 아뿔싸.
하필 그날 그 거리에 자신이 좋아하던 페니가
노숙자 쉼터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었어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안식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서명만 해 주시면 돼요.
내용은 읽어 볼 필요도 없답니다.
(Caring Hands)
닥터 호러블이 차량에 자동조종장치를 걸어놓고
핸드폰으로 조종하려고 하는 순간 페니가 나타나 말을 걸고 마네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좋아하는 여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 닥터 호러블은
결국 페니에게 건성으로 대답하고 계획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남자라면 할 일은 해내야 하는 법.
실행하지 못할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게 낫지
중요한 건 자신의 손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
곧 난 모든 걸 조종할 거야
이제 너는 내 말을 듣는...
(A Man's Gotta Do - Dr. Horrible's Part)
그때 그의 적, 캡틴 해머(Captain Hammer)가 나타나네요. (꺄악~ 네이든~ >_<)
다들 물러나시오, 볼 것도 없으니
그저 잠깐 위험한 일이고 내가 있으니까.
캡틴 해머가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왔소!
(A Man's Gotta Do - Captain Hammer's Part)
캡틴 해머가 자동조종장치를 부셔버리자 밴은 도로를 질주하다고,
닥터 호러블은 조종장치로 밴을 세우려 하지만 컨트롤러가 말을 듣지 않아요.
밴이 길에 서 있던 페니를 덮치려고 하자 캡틴 해머는 페니를 쓰레기 더미로 밀어버리죠.
그제서야 조종장치가 말을 들어 캡틴 해머의 바로 앞에서 서고,
페니를 물건 던지듯이 밀어버린 데 화가 난 닥터 호러블은 캡틴 해머에게 덤벼듭니다.
하지만, 캡틴 해머에게 얻어맞는 닥터 호러블이 이번에도 이길 리가 없죠.
그런데 그때 정신을 차린 페니가 캡틴 해머에게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캡틴 해머는 이에 당신을 구하는 게 운명이었다는 멘트를 날리죠.
그리고 페니는 캡틴 해머에게 반합니다.
고마워요, 캡틴 해머
살게 될 줄 몰랐는데
밴을 세워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온몸이 조각나 여기저기 흩어졌을지도 몰라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A Man's Gotta Do - Penny's Part)
남자라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죠.
내가 당신을 구하는 게 운명인 것 같군요.
최고는 쉴 틈이 없죠. 왜 아니겠어요.
무찔러야 할 적도 있고 해체해야 할 폭탄도 있지만
내게 보이는 운명은 당신이 날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것
(A Man's Gotta Do - Captain Hammer's Part)
"밴은 내가 세웠는데! 페니는 내가 구했는데!"
하지만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닥터 호러블은 현금수송차량의 돈만 챙겨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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