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캐슬(Castle)이 드디어 100번째 에피소드를 찍었다. 5시즌 19편으로, 100번째 에피답게 시즌 피날레 및 향후 주인공 둘의 관계를 가늠할 중요한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한다.
The lighthearted (100th) episode sets the stage for more intense moments in the Castle-Beckett relationship... They’ll start posing questions like “Where are we going?” “Is this something I can invest in long-term or am I wasting my time?” More intense Caskett moments after 5x19, culminating in an emotional, complicated season finale.
100번쩨 에피소드는 캐슬과 베켓의 좀 더 긴장된 순간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지?"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할 만한 관계인가, 아니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긴장된 순간이 5시즌 19편 이후로 계속되고 매우 감정적이고 복잡한 시즌 피날레에서 절정에 달할 것입니다.
미드를 오래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한 시리즈에 있어 100번째 에피소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코미디나 드라마 시리즈의 경우 5시즌 중후반쯤 되어야 100번째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장수를, 따라서 상업성이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미국 TV 프로그램 시장에서 100번째 에피소드를 방영한 프로그램 또 다른 이익을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상품이 되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지역 방송사는 서울의 주요 방송사의 분사에 가깝다. 일정한 정도의 프로그램을 생산하지만 철저히 중앙에 맞춰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지역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하는 것은 어느 정도 법적인 구색만 맞추고 그 이후에는 중앙의 검증된 상업적 프로그램을 가져온다. SBS의 경우 서울과 경기 지역만 관장하고 나머지는 지역의 독립방송국에 맡기지만 이곳도 이름만 다를 뿐 KBS나 MBC의 지역 방송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지역마다 여러 방송사가 있는데, 이곳은 메이저 방송사(CBS, NBC, ABC, Fox, The CW) 중 한 곳과 계약을 맺고 프라임타임에는 메이저 방송사가 공급하는 드라마나 리얼리티쇼 등을 방송한다. 프라임타임과 데이타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타임슬롯은 지역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편성하며, 이를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의 방송권을 사오기도 한다. 100번째 에피소드를 촬영, 방영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판매 주체가 중앙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넘어가는, 이른바 신디케이션(Syndication)1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낮 12시나 1시 정도 KBS1에 채널을 돌리면 2년~3년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들을 재방송하는데, 그런 것처럼 지역 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이미 방영된 프로그램이나 방영을 위해 제작한 프로그램을 사서 자체 편성하는 타임슬롯에 방영한다. 신디케이션은 결국 자체 방송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사가 주요 방송사의 중개 없이 직접 판매함으로써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작사가 제작해서 공중파와 케이블에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최소 5시즌 이상 방영한 장수 TV 쇼들은 100번째 에피소드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며, 이 에피소드를 특별히 공들여서 찍는다. 100회까지 오면서 시리즈의 장수에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과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충성심 높은 팬들이 많은 드라마 시리즈에서는 향후 에피소드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에피소드를 집어넣거나 팬들의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이야기, 그런 게 아니라도 매우 '힘을 준' 에피소드를 많이 편성하는 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CSI의 100번째 에피소드는 5시즌 8편으로 제목은 Ch-Ch-Changes 였다. 시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에피소드로, 방영된 에피소드 중 가장 잔인한 사건현장을 보여준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트랜스섹슈얼이 피해자였고, 프라이빗 프랙티스(Private Practice)로 유명한 배우, 케이트 월쉬(Kate Walch)가 피해자의 친구로 나와서 인상을 남겼다.
CSI 뉴욕의 100번째 에피소드는 아직도 내가 꼽는 제일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제목은 My Name is Mac Taylor 였다. 뉴욕에서 맥 테일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뉴욕의 맥 테일러가 모두 과학수사대에 모인다. 우리의 맥반장은 잠재적 피해자이자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으로 활약한다. 이 에피소드에는 랩퍼 넬리(Nelly), 락커 크리스 도트리(Chris Daughtry), 배우 루머 윌리스(Rumer Willis) 등이 출연했다.
본즈의 100번째 에피소드는 브레넌과 부스의 관계가 초점이 된 수사물답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5시즌까지 친구 이상 애인 이하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 최초의 사건으로 돌아가, 두 사람의 관계를 살펴보는 계기를 만든다. 사건 수사가 중심이 되는 CSI와 달리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답게 모든 쉬퍼(shipper)들의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하는 에피소드이자 향후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덕분에 두 사람 간 관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게 6시즌 마지막까지 잘 가다가... 에밀리 디샤넬의 임신으로 갑자기 김이 빠졌다. 좀 아쉽긴 하지 ㅠㅠ 이 에피소드의 감독은 부스 역의 데이빗 보리나아즈가 맡았고, 이는 보리나아즈의 첫 본즈 연출작이었다.
참고로 캐슬의 에피소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Rear Window)에 대한 오마쥬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무튼 드디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캐슬!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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