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트리스탄 프리티먼(Tristan Prettyman)은 우리나라에서는 동료 아티스트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전 약혼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만나서 잠깐 사겼다가 헤어지고, 2008년도에 재결합해서 약혼까지 했지만, 결국 2011년 파혼하고 헤어진다.
여기선 아티스트의 개인사를 가십처럼 언급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은 이 글에서는 중요하다. 왜냐면 약혼이 파기된 직후 두 사람 모두 질세라 앨범을 발매하며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이 앨범의 내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음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혔다. 또한 제이슨 므라즈의 싱글이 발매된 이후 트리스탄 프리티먼이 이에 반박하는 내용의 곡을 써서 앨범에 수록했다. 노래로 하는 디스는 랩퍼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곡을 잘 쓰는 싱어송라이터들도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이슨 므라즈가 너무 유명하지만 트리스탄 프리티먼은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제이슨 므라즈가 두 사람의 헤어짐을 자신의 입장에서 묘사한 것만 들을 기회는 많지만,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음원이 수입되지 않은 트리스탄 프리티먼의 노래나 입장을 들을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연애라는 게 한쪽의 이야기를 들어서만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노래를 통해 다른 쪽의 입장도 들어보고자 한다.
트리스탄 프리티먼은 앨범 발매 직후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제이슨 므라즈의 싱글 'I Won't Give Up'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Glass Jar'라는 곡에 담았다고 말했다. 두 노래의 가사를 비교해 보자.
I Won't Give Up (by Jason Mraz)
When I look into your eyes
It's like watching the night sky
Or a beautiful sunrise
Well, there's so much they hold
And just like them old stars
I see that you've come so far
To be right where you are
How old is your soul?
Well, I won't give up on us 난 우릴 포기하지 않았어
Even if the skies get rough 그 하늘이 거칠어진다 해도
I'm giving you all my love 내 모든 사랑을 네게 주겠어
I'm still looking up 아직도 올려다보고 있어.
And when you're needing your space
To do some navigating 네가 복잡한 상황을 감당할 만한 여유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I'll be here patiently waiting
To see what you find 난 여기서 참고 기다리며 네가 무엇을 찾을지 보려 했어
'Cause even the stars they burn
Some even fall to the earth
We've got a lot to learn
God knows we're worth it
No, I won't give up
I don't wanna be someone who walks away so easily 난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I'm here to stay and make the difference that I can make 여기서 할 수 있는 만큼 바꾸고 싶어
Our differences they do a lot to teach us how to use 우리의 차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The tools and gifts we got, yeah, we got a lot at stake 어떻게 쓸지 알려줬잖아. 아직 감당할 게 많고
And in the end, you're still my friend at least we did intend 결국 아직 넌 내 친구고 최소한 우리가 의도한 건
For us to work we didn't break, we didn't burn 잘 하려는 거였지 헤어지려는 건 끝내려는 건 아니었잖아
We had to learn how to bend without the world caving in 우린 그저 세상이 무너지기 전에 굽히는 법을 배웠어야 했어
I had to learn what I've got, and what I'm not, and who I am 내가 뭘 가졌는지, 내가 무엇이 아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했어
I won't give up on us
Even if the skies get rough
I'm giving you all my love
I'm still looking up, still looking up.
Well, I won't give up on us (no I'm not giving up)
God knows I'm tough enough (I am tough, I am loved)
We've got a lot to learn (we're alive, we are loved)
God knows we're worth it (and we're worth it)
I won't give up on us
Even if the skies get rough
I'm giving you all my love
I'm still looking up
므라즈의 입장에서는 프리티먼이 여유가 필요하다는 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기다리려 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다고 설명한다. 모든 게 끝나기 전에 서로가 노력했어야 했는데 잘 되지 않았으며, 아직 두 사람의 사이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리스탄 프리티먼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Glass Jar (by Tristan Prettyman)
You handed me a glass jar and took my hand
We were sitting on the stairs
Staring at the sand
You asked me once and I said yes
You said I'd never have to worry about anything ever again
And now everything's as if nothing ever happened 이제 모든 게 없었던 일처럼 되고
The version of your story isn't really matching up 네가 한 이야기는 말이 되질 않아
You gave up on us 네가 우리를 포기했잖아
You got the whole world watching and everyone's attention.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널 지켜봐도
Turn your head and you never even mention us 넌 고개를 돌리고 우리에 대해 말하질 않았어
You gave up on love 네가 사랑을 포기한 거야
I'm staring at this ring an infinite circle 이 반지를 한없이 들여다보며
For nothing could break the foundation we built on 우리가 가진 걸 부실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And just like that the wind shifts its way 하지만 그렇게 바람은 방향을 바꿔버렸어
How could something so sacred ever come to be replaced 어떻게 그렇게 신성한 게 바뀔 수 있는 걸까?
And now everything's as if nothing ever happened
The version of your story isn't really matching up
You gave up on us
You got the whole world watching and everyone's attention yeah
Turn your head and you never even mention us
You gave up on love
I found a little glass jar on the shelf
It reminded me to take a good, hard look at myself.
Reminded me of some better days
When I knew you in the version that I wished
You would stay in but
Everything's as if nothing ever happened
The version of your story isn't really matching up
You gave up on us
You got the whole world watching and everyone's attention yeah
Turn your head and you never even mention us
You gave up on love
Yeah you gave up on us
프리티먼은 므라즈가 크게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을 때에도 여자친구이자 약혼자인 자신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듯하다. 물론 프리티먼도 이쪽에서는 나름 인정받는 싱어송라이터이지만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므라즈의 처지와는 달랐다. (잠깐 동안 므라즈를 좋아했을 때 기사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그의 커리어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도 사생활이나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만났다 헤어지고 재결합해 약혼까지 했지만 결국 두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결국 프리티먼이 먼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두 사람의 약혼은 결국 파혼으로 끝난 듯하다.
두 곡을 듣고 나서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헤어짐을 바라보는 남녀의 관점이 다르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가사를 통해 두 사람의 사이가 변했다는 걸 느낀 시점이 달랐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구남친과 구여친이 노래를 통해 서로의 잘못을 따지는 상황이 연출되긴 했지만, 사랑도 이별도 모두 좋은 노래의 밑거름이 되는 거니까. 다만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매번 사귀고 헤어지는 모든 상황을 노래에 쏟아붓는 것처럼 서로의 가장 아픈 이야기를 꺼내서 확인하는 게 다음 사랑을 위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보며 만약 내가 혹시나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예술가는, 특히 언젠가 내가 들을 음악을 만들 뮤지션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 이야기는 그저 일기장과 다른 사람들과의 술잔에 남을 때 그의 이야기는 대대손손 저작권으로 남을 생각을 하니까 끔찍해진다. 노래는 좋아하지만, 당분간은 이 입장을 유지하고 싶다.ㅠㅠㅋㅋ
내가 좋아하는 캐슬(Castle)이 드디어 100번째 에피소드를 찍었다. 5시즌 19편으로, 100번째 에피답게 시즌 피날레 및 향후 주인공 둘의 관계를 가늠할 중요한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한다.
The lighthearted (100th) episode sets the stage for more intense moments in the Castle-Beckett relationship... They’ll start posing questions like “Where are we going?” “Is this something I can invest in long-term or am I wasting my time?” More intense Caskett moments after 5x19, culminating in an emotional, complicated season finale. 100번쩨 에피소드는 캐슬과 베켓의 좀 더 긴장된 순간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지?"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할 만한 관계인가, 아니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긴장된 순간이 5시즌 19편 이후로 계속되고 매우 감정적이고 복잡한 시즌 피날레에서 절정에 달할 것입니다.
미드를 오래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한 시리즈에 있어 100번째 에피소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코미디나 드라마 시리즈의 경우 5시즌 중후반쯤 되어야 100번째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장수를, 따라서 상업성이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미국 TV 프로그램 시장에서 100번째 에피소드를 방영한 프로그램 또 다른 이익을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상품이 되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지역 방송사는 서울의 주요 방송사의 분사에 가깝다. 일정한 정도의 프로그램을 생산하지만 철저히 중앙에 맞춰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지역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하는 것은 어느 정도 법적인 구색만 맞추고 그 이후에는 중앙의 검증된 상업적 프로그램을 가져온다. SBS의 경우 서울과 경기 지역만 관장하고 나머지는 지역의 독립방송국에 맡기지만 이곳도 이름만 다를 뿐 KBS나 MBC의 지역 방송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지역마다 여러 방송사가 있는데, 이곳은 메이저 방송사(CBS, NBC, ABC, Fox, The CW) 중 한 곳과 계약을 맺고 프라임타임에는 메이저 방송사가 공급하는 드라마나 리얼리티쇼 등을 방송한다. 프라임타임과 데이타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타임슬롯은 지역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편성하며, 이를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의 방송권을 사오기도 한다. 100번째 에피소드를 촬영, 방영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판매 주체가 중앙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넘어가는, 이른바 신디케이션(Syndication)1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낮 12시나 1시 정도 KBS1에 채널을 돌리면 2년~3년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들을 재방송하는데, 그런 것처럼 지역 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이미 방영된 프로그램이나 방영을 위해 제작한 프로그램을 사서 자체 편성하는 타임슬롯에 방영한다. 신디케이션은 결국 자체 방송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사가 주요 방송사의 중개 없이 직접 판매함으로써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작사가 제작해서 공중파와 케이블에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최소 5시즌 이상 방영한 장수 TV 쇼들은 100번째 에피소드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며, 이 에피소드를 특별히 공들여서 찍는다. 100회까지 오면서 시리즈의 장수에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과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충성심 높은 팬들이 많은 드라마 시리즈에서는 향후 에피소드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에피소드를 집어넣거나 팬들의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이야기, 그런 게 아니라도 매우 '힘을 준' 에피소드를 많이 편성하는 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CSI의 100번째 에피소드는 5시즌 8편으로 제목은 Ch-Ch-Changes 였다. 시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에피소드로, 방영된 에피소드 중 가장 잔인한 사건현장을 보여준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트랜스섹슈얼이 피해자였고, 프라이빗 프랙티스(Private Practice)로 유명한 배우, 케이트 월쉬(Kate Walch)가 피해자의 친구로 나와서 인상을 남겼다.
CSI 뉴욕의 100번째 에피소드는 아직도 내가 꼽는 제일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제목은 My Name is Mac Taylor 였다. 뉴욕에서 맥 테일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뉴욕의 맥 테일러가 모두 과학수사대에 모인다. 우리의 맥반장은 잠재적 피해자이자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으로 활약한다. 이 에피소드에는 랩퍼 넬리(Nelly), 락커 크리스 도트리(Chris Daughtry), 배우 루머 윌리스(Rumer Willis) 등이 출연했다.
본즈의 100번째 에피소드는 브레넌과 부스의 관계가 초점이 된 수사물답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5시즌까지 친구 이상 애인 이하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 최초의 사건으로 돌아가, 두 사람의 관계를 살펴보는 계기를 만든다. 사건 수사가 중심이 되는 CSI와 달리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답게 모든 쉬퍼(shipper)들의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하는 에피소드이자 향후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덕분에 두 사람 간 관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게 6시즌 마지막까지 잘 가다가... 에밀리 디샤넬의 임신으로 갑자기 김이 빠졌다. 좀 아쉽긴 하지 ㅠㅠ 이 에피소드의 감독은 부스 역의 데이빗 보리나아즈가 맡았고, 이는 보리나아즈의 첫 본즈 연출작이었다.
참고로 캐슬의 에피소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Rear Window)에 대한 오마쥬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무튼 드디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캐슬! 축하해요!!!!
본 게시물은 1시즌부터 5시즌까지의 스포일러가 어지럽게 분포하고 있으니 캐슬을 보시는 분들 중 4시즌과 5시즌을 안 보시는 분들은 안 보시는 걸 권합니다 ㅠㅠㅋㅋ
5시즌 들어와서 다시 버닝중인 캐슬. 덕분에 1시즌부터 제대로 복습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법한 장면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도 다시 보고 있다. 원래 주연인 네이선 필리언(캐슬) 때문에 보기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은 이 작품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 앤드류 W 말로우 씨 사랑합니다 ㅠㅠ
주인공인 릭 캐슬(Richard Castle, Rick Castle)은 베스트셀러를 몇 편이나 써낸 미스터리 소설가이며, 바람둥이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자신을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렸던 캐릭터를 죽이고,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하는데 영감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때 자신의 초기 작품들을 모방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케이트 베켓(Katherine Beckett, Kate Beckett)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 캐슬은 베켓의 사건 수사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절차와 증거를 우선시하는 형사와 스토리와 상상의 나래를 제대로 펼치는 작가 사이에 팽팽한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캐슬은 베켓에게서 영감을 얻은 자신의 새 캐릭터, 니키 히트를 창조하고, 소설을 위한 조사 차원으로 베켓과 그의 팀을 따라다닌다.
... 이게 1시즌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5시즌을 방영하고 있는 캐슬을 이해하는 데 몇 가지 중요한 플롯이 있다. 이것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개별 에피소드인 드라마의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첫번째는 베켓의 과거. 변호사 부부의 자녀로 맨해튼에서 자라나고 사립학교를 다닌 케이트 베켓이 뉴욕 경찰 형사가 된 것은 1999년 1월 9일 일어난 어머니, 조애나 베켓의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단순강도로 처리된 사건을 끝까지 수사하기 위해 베켓은 스탠포드 대학교를 포기하고 뉴욕으로 돌아와 경찰이 된다. 형사가 된 이후로 미궁에 빠진 어머니의 사건에 매달리며 좌절을 겪었다. 결국 사건의 수사를 포기하려 할 때, 캐슬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면서 점점 어머니의 살인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단순한 강도 및 살해 사건이었던 조애나 베켓의 죽음은 몇몇 경찰, 마피아, 정치적 거물까지 개입된 거대한 권력 조직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베켓은 아끼던 상관이자 멘토를 잃고, 자신도 총에 맞았다가 살아날 뻔하고,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와 거래하기도 한다.
두번째는 캐슬과의 충돌로 인해 변화하는 베켓의 모습이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마음의 벽을 치고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 케이트 베켓을 바꾼 것은 릭 캐슬이었다. 베켓이 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캐슬은 그녀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단단한 파트너십을 이뤘고, 베켓은 그를 통해 자신의 삶에는 어머니의 살인사건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4년 동안 자신의 옆을 지키며 기다리고 지켜준 캐슬에게 마음을 연다(Spoiler Alert!).
캐슬 또한 베켓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 캐슬에게 베켓은 처음에는 섹시한 여자 형사를 하룻밤 상대였다면, 이후에는 자신의 최대 베스트셀러인 니키 히트 시리즈의 뮤즈로, 함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파트너로, 그리고 어떤 희생을 치러서도 지켜주고 싶은 사랑이 된다. 케이트 베켓이라는 단단한 벽을 허물고 마음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이전의 바람둥이 생활을 청산한다.
물론 두 사람이 맺어지는 과정에는 물론 캐슬의 바람둥이 이미지 - 2번의 이혼, 전처와의 재결합 시도에 베켓의 애인들 - FBI 요원, 강도검거반 형사, 오토바이 의사 - 이라는 무시못할 변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우정의 중간지점을 뱅뱅 맴도는 두 사람의 어정쩡(!!)한 관계도 진도를 못 나가게 하는 데 한몫 한다. 단순히 서로에게 끌리는 것을 넘어서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1시즌에서 4시즌까지, 특히 4시즌의 백미라 볼 수 있다. 간질간질~ㅋㅋ
세번째는 4시즌부터 나오기 시작한 캐슬의 과거 이야기이다. 사실 4시즌까지의 가장 큰 플롯인 조애나 베켓 사건은 5시즌 들어와서 일단 마무리가 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 4시즌부터 캐슬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캐슬은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어머니인 마사, 딸인 알렉시스와 함께 산다. 그의 어머니는 싱글맘이 흔하지 않았던 40여년 전에 어떤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아들인 리처드 - 릭 캐슬 - 를 낳는다. 살아가는 동안 캐슬은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4시즌에서 몇년 전 소설 집필을 위해 따라다녔던 CIA 요원, 소피아가 그의 아버지의 존재를 딱 한번 언급한다. 이것이 이후 4시즌과 5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또 다른 이야기로 발전한다. 크리에이터인 앤드류 말로우는 인터뷰를 통해 "4시즌까지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사건 해결과 베켓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후에는 캐슬의 과거가 밝혀지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라고 밝혔다. 캐슬과 베켓 사이의 관계도 변화할 것이라 예상하는데, 사소하게는 관계의 역학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좀 더 나아간다면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듯하다. 일개 팬으로서의 작은 바람이라면 제발 헤어지게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거... (앤드류 아저씨 ㅠㅠㅠㅠ)
그러면 왜 나는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가?
첫번째는 수사와 사람 간 관계의 적절한 조화다. 사실 캐슬의 사건은 CSI나 다른 수사드라마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다. 하지만 수사물의 기본인 사건, 이야기, 증거의 조화가 잘 들어맞는다. 캐슬을 즐겨보시는 어떤 선생님께서는 가장 형태가 잘 갖춰진 탐정 드라마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탐정 드라마가 이 모든 것을 다 하는 탐정과 그의 조력자라는 설정을 내놓는 반면, 캐슬에서는 탐정의 머리를 두 사람이 나눠가지고, 이 두사람이 충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베켓은 형사답게 절차, 증거, 심문, 논리 등을 내세워서 수사를 하고, 캐슬은 소설가답게 사람과의 관계, 관찰, 끊임없는 가설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다이나믹한 관계는 사건을 해결할 뿐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가설을 제시하고 반박하는 이 모든 과정이 두 사람에게는 일종의 foreplay(음... 이 말 써도 되는 거야?ㅋㅋ)가 되는 셈이다. 사실 이런 관계를 가장 잘 활용하는 다른 드라마가 본즈(Bones)다. 드라마가 오래 못 살아남는 Fox에서 2013-14 9시즌 확정까지 받아낸 저력은 결국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브레넌과 부스가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며 가장 든든한 파트너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그리고 함께 아기를 낳고 가정을 이뤄가는, 남녀 관계 발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캐슬은 본즈의 두 캐릭터만큼 심하게 대립하진 않고,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공통점도 어느 정도 있다.
두번째는 오바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수사물은 가끔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스토리 흐름이 널뛰기 뛰듯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캐슬은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풀어가면서 이야기 자체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수사와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나 과학적 상식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과학수사물을 보면서 용어 때문에 어려워했는데, 캐슬은 그런 게 많이 없어서... 좋다 ㅠㅠㅋㅋ
세번째는 하위문화의 적절한 차용과 깨알같은 패러디다. 릭 캐슬의 얇고 너어어어얿은 상식, 그리고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가다운 부유한 라이프스타일은 마술, 만화, 공포영화 등 다양한 소재를 생활과 사건 속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이다. 특히 대중문화 관련 인용이 상당히 많아서 이해하면 '아...'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캐슬 역의 네이선 필리언이 비운의 SF 명작, <파이어플라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파이어플라이(Firefly)>도 나쁘지 않게 써먹는 편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어벤저스>의 조스 위든(Joss Whedon) 감독이 2003년에 제작한 SF 드라마로, 미드를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보길 권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Geeky한 아이템을 너무 Geeky하지 않게 잘 쓴다. 이 수위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이 정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네번째는 서로 다른 형태의 콘텐츠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면서 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릭 캐슬이 쓴 니키 히트 시리즈가 하드카피는 물론 전자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데릭 스톰 시리즈는 마블 코믹스가 그래픽 노블로 제작하기도 했다. 니키 히트 시리즈는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한 권씩 나오는데, 작가는 물론 리처드 캐슬이며(물론 유령작가가 쓴 것이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캐슬을 소설로 보는 것 같지만 조금은 다르게 비틀어서 적고 있다. 일단 니키 히트 시리즈도 캐슬처럼 형사인 니키 히트와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제임슨 루크가 팀을 이루지만, 캐슬과 베켓처럼 매일 붙어다니는 파트너는 아니고, 두 사람의 로맨틱한 관계는 캐슬과 베켓보다 일찍 시작한다. 사건 현장은 캐슬과 베켓이 수사하던 사건을 비슷하게 가져오고, 사건의 수사 과정도 캐슬과 베켓의 파트너십처럼 다뤄지기보다는 니키 히트를 좀 더 중점적으로 다룬다. 캐슬의 에이전트인 폴라는 니키 히트 시리즈를 캐슬이 베켓에게 바치는 절절한 러브레터라고 불렀고, 한 시청자는 이를 '제작진이 쓰는 팬픽션'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캐슬을 보며 미스터리 소설가의 삶을 보고, 그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작품인 니키 히트 시리즈를 읽는다. 현실의 시청자가 가상의 소설가가 쓴 소설을 읽는다는 점은 시청자-독자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솔직히 소설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캐슬을 보고 읽으면 엄청 재미있다.ㅋㅋ) 이는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나 소설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미디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도 흥미롭게 볼 만한 미디어 상품화의 한 예이며 트랜스미디어의 적절한 예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 정리가 안 되네... 암튼 =_=)
난 드라마를 몇 번이고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한 번 보면 그냥 끝이지만, 캐슬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 새롭게 해석하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청 좋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사랑받을 만하다. 게다가 요샌 시청률도 잘 나와서 기분도 좋다.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캐슬과 베켓이 결혼하는 것은 보고 말겨 ㅋㅋㅋㅋ
미국의 텔레비전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영화를 만드는 수준의 예산으로 제작하는 드라마들이 일주일에 한 편, 하루에 3~4개 작품, 토요일을 제외한 월~일까지, 메이저 방송사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만들고 방송한다. 이보다 저렴한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는 리얼리티쇼도 상당히 많고, 다큐멘터리, TV 영화, 미니시리즈 등등 다양한 장르의 TV 프로그램들이 쉴새없이 방송된다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독특한 점은 시청자들이 TV를 챙겨보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쏟아붓는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는지 자부심을 가지는 팬들, 매니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시청률 30, 40%를 찍어 국민드라마가 되는 것도 좋지만, 충성스러우며 자신들이 삽입한 광고를 잘 볼 만한 고정시청층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콘텐츠 시장과 광고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우리에겐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그게 일상적이고 광고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자체의 형식이 많이 바뀌니까,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문화콘텐츠와 팬 문화의 독특한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진 열정적인 팬들이 그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또는 그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컨벤션이 자주 열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컨벤션이 아마 코믹콘(ComicCon)일 것이다. 원래 만화와 그래픽 노블 등의 팬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애정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는 이제 SF나 판타지 등 장르영화와 드라마의 홍보를 위한 자리가 되었다. 특히 충성스런 팬들이 있는 스타 트랙, 스타 워즈 등 고전뿐 아니라 최근 15년(?) 안에 큰 사랑을 받은 영화나 TV 드라마의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이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독특하고 괴짜같은 하위문화를 공유하는 것이지. 개인적으로 코믹콘은 한 번 꼭 구경해보고 싶다. 물론 코스튬은 안 입겠지만 ㅋㅋㅋㅋ
하지만 미디어를 공부했고 팬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내가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연구기관의 주최하는 생산자들과 팬의 만남이다. 그 중 하나가 198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팰리 미디어 센터(Paley Center for Media)의 팰리페스트(PaleyFest)이다. 팰리 미디어 센터는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인 CBS의 설립자, 윌리엄 팰리(William Paley)가 현역에서 은퇴한 후 1975년 설립한 개인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원래 윌리엄 팰리는 방송사를 경영하면서 모은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구입, 전시한 박물관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미디어 자료의 특성상 무한정 구입, 전시는 어렵기 때문에, 이후 각종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 역사적인 자료들을 보관하면서 미디어 관계자 모임, 연구자를 위한 자료 제공,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과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이 일반인 대상의 워크샵이 바로 팰리페스트인데, 요즘은 각종 TV 드라마의 제작자와 출연진들이 나와서 한 시간 이상 토크와 인터뷰를 한다. 지금 방영하는 메이저 방송사의 드라마들은 거의 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2013년에도 꽤 괜찮은 라인업을 갖췄다.
사실 팰리페스트를 알게 된 건 캐슬(Castle) 때문이다. 캐슬 팬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까 작년(2012년) 팰리페스트 영상을 통째로 보게 된 것이다. 캐슬 중에서도 정말 애정하는 4시즌 중반 즈음(3월 초)에 팰리페스트에 참가했기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 몇몇을 제외한 그 누구도 4시즌의 엄청난 결말을 몰랐다. 와... 이 밀당이라니... 앤드류 아저씨 ㅠㅠㅠㅠ
이번 시즌에는 Big Bang Theory, 2 Broke Girls, American Horror Story, Nashville 등 다양한 쇼의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영상은 팰리페스트가 끝나고 나서 팰리센터의 공식 유튜브 계정(http://www.youtube.com/user/paleycenter)에 편집본으로 올라온다. 좋아하는 쇼가 있으면 한 번 가서 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2006년작 [Taking the Long Way]가 2007년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5개 부문을 싹쓸이한 이후 딕시 칙스(Dixie Chicks)는 무기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 에밀리 로빈슨(Emily Robinson)과 마티 맥과이어(Martie McGuire) 자매는 코트 야드 하운드(Court Yard Hounds)라는 두 사람만의 밴드를 결성해 앨범을 발표했지만, 나탈리 메인즈(Natalie Maines)는 남편(애드리언 패스더 Adrian Pasdar)을 내조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며 간간히 공연과 다른 아티스트의 음반에 참여(토니 베넷 Tony Bennett, 닐 다이아몬드 Neil Diamond)하거나 자선활동에 집중해 왔다. 딕시 칙스의 좌절과 성공의 시작이 나탈리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송라이팅과 공연에 집중하며 비평면에서 가장 성공한 앨범을 만들어내며 아마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을 것이다. 아무튼 나탈리 메인즈는 지난 몇 년간 음악계와, 정확히는 컨트리 음악계와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리고 2012년 나탈리 메인즈의 솔로 프로젝트가 발표됐는데, 락 뮤지션 벤 하퍼(Ben Harper)와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하며, 곡은 펄 잼(Pearl Jam),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제이혹스(The Jayhawks)의 노래 등을 커버한다고 발표했다. 작년부터 에디 베더(Eddie Vedder)나 벤 하퍼와 함께 간간히 공연하며 솔로 프로젝트의 대강의 그림을 보여주었지만, 완성작인 앨범 [Mother]는 얼마 전에야 발매되었다. 위에 언급된 곡 외에도 댄 윌슨(Dan Wilson), 패티 그리핀(Patty Griffin)의 곡을 커버했으며, 오리지널 송도 2곡, 그리고 에밀리, 마티와 함께 썼지만 딕시 칙스의 앨범엔 수록하지 않은 곡까지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앨범은 나쁘진 않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나탈리 메인즈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을까? 올 걸 밴드로는 전무후무한 천만장 판매고를 올렸고 그래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3개 부문을 휩쓸었던 딕시 칙스의 리드보컬. 말도 거침없고 노래는 더욱 거침없는 대단한 언니. 이런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청자는 이런 이름값 때문이라도 한방이 터지길 바라는데 전체적으로는 그걸 충족시켜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개별 곡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안전하다, 그래서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그 정도? 개인적으로는 3번 'Free Life'와 8번 'Come Cryin' To Me'를 추천한다.
[버피와 뱀파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 이하 버피)]는 조스 휘든(Joss Whedon) 감독에게 지금의 스타덤을 안겨준 대표 작품입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소녀가 뱀파이어를 죽이는 슬레이어가 되어 친구들과 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데,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방송하며 7시즌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했죠. 지금의 사라 미셸 겔러(Sarah Michelle Geller), 앨리슨 해니건(Allison Hannigan), 데이빗 보리아나즈(David Boreanaz) 등 스타가 이 드라마를 통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7시즌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챙겨보긴 했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봐서 사실 크게 기억에 남진 않습니다. 이런 초자연적(paranormal) 현상 - 뱀파이어, 좀비, 악령 등 - 을 테마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거든요. 요즘 한창 인기라는 [워킹 데드(Walking Dead)]나 징그러울 정도로 오래 하는 [슈퍼내추럴(Supernatural)], 섹시한 뱀파이어가 나오는 [트루 블러드(True Blood)]도 안 봐서요. 그나마 버피를 열심히 챙겨봤던 건 곳곳에 숨어있는 조스 휘든 감독의 유머 코드가 저랑 맞아서 그런 거였어요. 그래서 엔젤(Angel)을 봤고, 파이어플라이(Firefly)도 봤고, 네이선 필리언(Nathan Fillion)에게 빠지고, 캐슬(Castle)을 보고, 캐스캣 쉬퍼가 되고... 뭐 이런 거죠ㅋㅋㅋ
아무튼 그 중 아직도 안 빠지고 보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버피에서 한 편, 스핀오프인 엔젤(Angel)에서 한 편. 엔젤은 1시즌 7편 'I Will Remember You'인데, 이 에피소드는 엔젤이 악마의 피와 접촉해 인간이 되고 헤어졌던 버피가 LA로 찾아와 재회하지만, 평범한 인간으로는 버피를 지켜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원하던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죠. 엔젤이 버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볼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버피는 6시즌 7편 'Once More, With Feeling'인데요, 바로 버피에서 특집으로 시도한 뮤지컬 에피소드입니다.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게 만드는 악마가 지옥에서 소환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노래로 표현합니다. 그저 스페셜같은 에피소드로 여길 수 있지만 5시즌과 6시즌 사이의 여러 갈등 - 친구의 마법으로 천국에서 지상으로 소환되어 다시금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 버피, 버피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자일즈의 심경, 뱀파이어 슬레이어인 버피를 사랑해서 괴로워하는 스파이크, 마법으로 겨우 관계의 끈을 이어가는 윌로우와 타라, 관계를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는 잰더와 아냐 - 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노래와 춤 때문에 분위기는 가볍지만 줄거리는 절대로 가볍진 않죠. 조스 휘든 감독이 극본과 노래가사, 곡까지 모두 다 썼는데 쓰는 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우 고생 많으셨어요 ㅠㅠㅠㅠ
이 뮤지컬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호평받았는데, 특히 자일즈 역의 앤서니 헤즈(Anthony Heads)와 타라 역의 앰버 벤슨(Amber Benson)의 솔로 액트가 호평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곡이 특별히 좋았거든요. 저도 이 두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I Don't Feel It Anymore (Song Of The Sparrow) (feat. Priscilla Ahn)
We Feel Alone
If You Would Come Back Home (feat. Marshall Altman)
Please Forgive Me (Song of the Crow)
Further from You (feat. Priscilla Ahn)
Just Not Each Other
Even Now
You Still Hurt Me (feat. Priscilla Ahn)
They'll Never Take the Good Years (feat. Caitlin Crosby)
Find Me to Forgive
Goodmorning (feat. Marshall Altman)
Maybe Be Alright
콘셉트 앨범(Concept Album)에 대해 한 번만 더 짚고 넘어가 보자. 앨범에 수록된 개별의 곡이 형식이나 가사의 내용에 일관된 서사를 거지고 있어서 하나로 모으면 일종의 음악극이 되거나 큰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Dust Bowl Ballads]이 최초의 콘셉트 앨범이고,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대표적인 앨범으로 비틀즈(The Beatles)의 [Sgt. Pepper And the Lonely Heart Club]을 일컫는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만들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락 밴드나 싱어송라이터들이 콘셉트 앨범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비평가들이나 쓸 만한 개념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콘셉트 앨범이라는 이 개념이 이 앨범을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피츠시몬스(William Fitzsimmons)가 2008년 발매한 이 앨범은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인 '이혼'이다. 그리고 이혼을 주제로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앨범 [Goodnight]이 청소년기에 겪은 부모의 이혼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고, 이번 앨범은 그의 이혼을 다루고 있다. 결혼도 사랑도 아니고 '이혼', 그것도 아티스트 본인의 일이기 때문에 이 앨범을 듣는 건 아티스트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의 기억을 나누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노래는 그의 아픔을 대단히 담담하게,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엄청 절절하겠거니 아프겠거니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오히려 호들갑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 앨범은 이혼을 표현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여자를 참새로, 남자(윌리엄 피츠시몬스 본인)을 까마귀로 표현하고, 두 사람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여성 보컬의 힘을 빌렸다. 프리실라 안(Priscilla Ahn)과 케이틀린 크로스비(Caitlin Crosby)의 보컬은 윌리엄 피츠시몬스의 심정 고백으로 그칠 수 있던 앨범에 여성의 목소리를 불어넣는다. 특히 프리실라 안이 참여한 'I Don't Feel It Anymore (Song of the Sparrow)'는 이 한쪽의 이야기로 치우치는 것을 막는 노래로, 두 사람의 보컬이 정말 잘 어우러지며 앨범 자체의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가사에 있다. '어렵지 않다.' 아픈 개인사를 겪으며 아티스트가 느낀 복잡하고 슬픈 심경을 시적인 가사로 풀어놓느니 어쩌니 하는 설명은 여기서는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풀어놓고 싶은지 보려면 트랙리스트의 제목만 훑어봐도 감이 온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네가 돌아온다면', '제발 용서해 줘', '서로는 아니야', '아직도 넌 날 아프게 해'... 요즘 초등학생 정도의 영어실력이라면 충분히 해석하고도 남을 제목과 가사이지만 이런 가사에 싣는 감정은... 오히려 관조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가사는 절절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절절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노래들이 귀에 잘 앉으며, 아름다운 멜로디와 쉬운 가사는 입가에 맴돈다.
윌리엄 피츠시몬스의 겉모습, 특히 덥수룩한 수염은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과 정말 닮았다. 그리고 음악도 아이언 앤 와인이나 서프잔 스티븐스(Sufjan Stevens)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서프잔 스티븐스는 들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이언 앤 와인과의 음악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는 유사해도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두 사람 모두 포크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하지만, 아이언 앤 와인의 음악은 몸을 곧추세워 듣게 하는 날카로운 매력이 있다. 최근 2~3개의 작품에서는 정도만 덜해졌을 뿐 그 느낌은 그대로 남아 있다. 반면 윌리엄 피츠시몬스의 음악은 오히려 앰비언트 음악(?)처럼 느껴진다. 앰비언트 음악이 어떤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청자의 감정을 끌어낸다고 하는데, 윌리엄 피츠시몬스의 음악은 확실히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무심히 듣다가 그 분위기에 어느 순간 빠져든다.
이 앨범은 정식 스튜디오 앨범과 어쿠스틱 레코딩, 2장의 앨범으로 되어 있다. 모두 합쳐 스무 곡인데, 듣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20번을 듣고 있다. 그렇다고 집중해서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앨범을 듣고 있는 게 마치 잔잔하게 흐르는 물을 보는 듯하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가는 것처럼, 별 생각 없이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 마지막 트랙을 듣고 있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시간이 지나간다. 이게 좋은 것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그런 특징? 매력? 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는 2007년 싱글인 'Love Song'이 크게 히트하고 앨범 [Little Voice]도 호평받으면서 등장했다.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 등 90년대를 주름잡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맥이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끊긴 듯 보였지만, 사라 바렐리스나 브랜디 칼라일(Brandi Carlile), 잉그리드 마이클슨(Ingrid Michaelson), 레이첼 야마가타(Rachael Yamagata) 등 실력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노래가 드라마에 삽입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사라 바렐리스의 성공은 피아노와 기타를 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주류 시장에서 다시 크게 성공할 수 있고 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에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할 때, 그녀는 공연, 프로젝트, 방송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잊혀지지 않는 싱어송라이터로 남았다.
사라 바렐리스의 2012년 EP, [Once Upon Another Time]은 여러 면에서 전작들과 차이를 보인다. 일단 처음으로 낸 EP라는 점, 그래서 LP와 다른 시도를 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우상인 벤 폴즈(Ben Folds)와의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사라 바렐리스와 벤 폴즈는 NBC의 아카펠라 싱잉 컴피티션 쇼인 싱오프(The Sing-off)에서 만났다. UCLA 재학 시절 아카펠라 그룹 활동을 했던 경력이 있던 사라는 니콜 셰르징어가 하차한 심사위원 자리를 맡아 아카펠라 싱잉 그룹의 우상인 벤 폴즈와 인연을 맺었다. 벤 폴즈와의 작업은 사라 바렐리스에게도, 그녀의 음악을 듣는 팬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사라 바렐리스는 스튜디오의 깨끗한 사운드 대신 주변의 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라이브 레코딩을 경험했고, 팬들은 LP에서는 듣기 어려운 사라의 음악적인 변화를 접할 수 있었다.
모든 트랙이 나름대로 괜찮지만 난 특히 3번 트랙인 Lie To Me 가 좋다. 사라 바렐리스의 모든 곡 중에서 이 곡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 사라 바렐리스라 하면 경쾌한 피아노 연주나 활기차고 밝은 목소리를 떠올렸는데, 이 곡을 통해서는 그런 점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 곡은 오히려 사라 바렐리스의 음악 중 가장 어둡고 화려한 곡이고, 사라의 송라이팅과 보컬의 '다크'한 면이 잘 드러난다. 달콤하거나 활기찬 음악뿐 아니라 이런 분위기의 음악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이라는 포크 뮤지션이 있다는 건 몇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사실 포크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던 때라 큰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언 앤 와인의 음악을 들으려 할 때마다 아름다운 멜로디 위에 얹은 '날카로운 가사'라는 설명에 짓눌려 쉽게 시도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먹고 좀 더 편안한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면서, 진작 들었어야 했던 그의 앨범을 하나 둘씩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작인 [Kiss Each Other Clean]까지 왔다.
아마도 몇년 전 이 앨범만 듣고 아이언 앤 와인의 음악을 접했다고 생각했다면, 아이언 앤 와인은 그저 옛날 노래 같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포크 음악을 접하고, 그의 전작을 듣고 나서 듣게 된 이 앨범은, 그에게도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꽤 놀라운 변화였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목소리 말고 기타 하나만 들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 앨범에서는 신디사이저의 다소 몽롱한 사운드가 들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아름다운 멜로디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 앨범은 포크앨범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팝 앨범이다. 그리고 샘 빔(Sam Beam)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변신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전작은 어땠느니, 이런 뮤지션이었는데 지금은 이러니 하는 설명은 다 접어놓고, 이 앨범은 정말 들을 만하다. 아니,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도 순간 집중을 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웹 브라우저를 켜서 가사를 찾는다. 그리고 음악에 다시 한 번 흠뻑 취한다. 내게는, 그런 매력이 있는 앨범이다.
캐서린 헵번이라는 명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본 영화인데, 배우는 물론이고 영화에도 반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 중 고전이라, 지금까지 나온 로맨틱 코미디는 모두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제인 오스틴의 작품도 있고 그 이전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도 많겠지만, 그걸 영상으로 옮긴 것 중 우먼 오브 더 이어만큼 기억에 남는 영화가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두 저널리스트, 테스 하딩(Tess Harding, 캐서린 헵번 분)과 샘 크레이그(Sam Craig, 스펜서 트레이시 분)이 서로의 의견을 서면으로 반박하며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하던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외교관의 자녀로 우수한 교육을 받은 날카로운 국제정치 전문가인 테스와 평범한 가정 출신의 스포츠 전문 기자인 샘은 서로의 환경도 살아온 방식도 의견도 달라서, 살아오며 곳곳에서 충돌한다. 두 사람의 소소한 충돌은 테스가 그리스 난민 캠프에서 한 소년을 데려와 돌보면서 극에 달하고, 샘은 결국 테스와의 결혼 생활을 포기한다. 하지만 테스는 아버지와 자신을 길러준 아주머니의 결혼식을 보며, 샘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로 마음먹고 그가 머무는 해변가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를 위해 맛있는 아침을 해주려 하지만 부엌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테스는 자던 샘을 깨울 만큼 실수를 하고, 그의 앞에서 울고 만다. 그런 테스에게 샘은 테스가 그대로인 것도, 남편에게 순종적인 '크레이그 부인'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1942년 작품이고, 지금은 2013년이니 무려 70년이나 묵은 이야기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즐거움을 주고, 가끔은 어떤 모습이 사랑인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먼 오브 더 이어도 70년 전 사랑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우리에게 '사랑과 타협'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듯하다. 물론 남녀 사이의 밀당을 재미있게 그리는 스크루볼 코미디도 그렇고 이를 빛내는 두 배우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화한 스펜서 트레이시도 멋지지만, 캐서린 헵번의 아름다움과 당찬 모습에 홀딱 반했다. 많은 여배우들이 캐서린 헵번을 롤모델로 삼은 이유를 이제 알겠다. 배우들 중에는 세기에 남을 만한 미인도 많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만큼 아름답고 섬세하며 자신감 넘치는 배우는 보기 어렵다. 이런 매력적인 여성의 발치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05년도 앨범이니 참 오래 전에 들었다. 그레이 아나토미에 'Breathe (2 Am)'이 삽입되기 전부터 어둠의 경로로 들었던 음악이니까... 그땐 노래를 짱짱하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발랄한 것과도 거리가 멀었던 애나 나릭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노래야 뭐, 본인이 쓴 것이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았을 것이다. 고루고루 듣긴 했는데 특히 1, 2, 4, 7 번을 참 좋아했다. 특히 'Wreck of the Day'는 아직도 즐겨듣고 있다.
Broken Doll & Odds & Ends (2011)
Tracklist
Broken Doll
Car Crash
Kiss Them For Me
Walk Away
Sort Of Delilah
Scars
These Old Wings
Shine
The Fairest Of The Seasons
All On My Own
이후로 성공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08년도에 EP [Shine]을 내고는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 뒤에야 EP에 수록된 곡을 비롯한 10곡으로 어쿠스틱 LP를 발매했는데, 이전만큼 큰 인기를 얻진 못했다. 그래도 마음을 울리는 잔잔한 목소리는 여전했고, 나이를 먹으면서 10대 후반의 방황을 담아낸 전작보다 20대의 원숙함과 경험을 담은 지금이 더 와닿는다. 사실, 나랑 동갑이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음악을 듣는 사람도 나이를 먹으며 원숙한 감정을 포용할 수 있게 됐달까.
어쿠스틱 LP도 좋지만, 이제 정말 괜찮은 스튜디오 앨범을 하나 내줬으면 좋겠다. 정말 좋아하는 목소리고 잘 됐으면 하는 아티스트라, 새 노래를 꼭 듣고 싶다.
캐슬 5시즌 7편 [Swan Song] 은 인디 락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살해당한 사건을 베켓의 팀이 수사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스타덤에 오르기 일보 직전의 밴드라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사건이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수사 과정이 다큐에 담아진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는 컨셉이라 다른 에피소드와 달리 카메라 워크가 다큐와 비슷하고 배우들도 카메라를 '엄청나게' 의식하면서 연기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한 가지 더 독특한 점은 이 사건이 락 밴드의 이야기이다보니 음악이 다른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특히 사건 해결 후 피해자가 죽기 직전 만든 노래를 다른 밴드 멤버와 형사들이 12서 불펜에서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연주된 'Back On the Road Again'은 송라이터 사이먼 페티(Simon Petty)가 만들고 프로듀서 그렉 존슨(Greg Johnson)이 함께 레코딩했다. 또한 하비에르 에스포지토 역의 존 후어타스(Jon Huertas)가 이 노래에서 고음 백업 보컬을 맡았다. 4시즌 14편 [The Blue Butterfly]에서 타말라 존스(Tamala Jones, 검시관 레이니 패리쉬 역)가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Comes Love'를 불렀다면, 존은 이번에 에피소드를 위해 만든 오리지널 송을 직접 부르게 된 것이다. 존은 가수이기도 한데,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가수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좀 더 자세하고 재미있는 제작 일지는 캐슬의 뮤직 슈퍼바이저, 트리샤 헬러랜(Tricia Halloran)의 웹사이트(http://bravenewworld.net)에서 볼 수 있다. (뮤직 슈퍼바이저 music supervisor란 스코어를 작곡하는 음악감독처럼 창작자는 아니고, 외부 아티스트가 만든 음악을 선정하고 저작권을 협상하는 매니지먼트 쪽 일이라고 한다. 트리샤 헬러렌은 미국의 유명 음악 라디오 채널인 KCRW의 프로그램 'Brave New World'의 호스트로 15년간 일했던 베테랑이며, 캐슬 외에 Showtime의 The Big C의 뮤직 슈퍼바이저도 맡고 있다.)
스티브 마틴이 블루그래스 뮤지션이라는 건 몇년 전부터 알았지만 앨범을 들을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이디 브리켈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더라고...
이디 브리켈은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이디 브리켈 앤 더 보헤미안(Edie Brickell & the Bohemians)의 프런트우먼이고, 사생활 면으로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le)의 폴 사이먼(Paul Simon)의 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인 뮤지션이라, 예전에 노래를 들으면서 감탄했었다.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은 생각보다... 정말 좋다. 트레디셔널 블루그래스인데 이디 브리켈의 개성있는 목소리가 얹어지니 정통보다는 얼터너티브같은 느낌이다. 아... 목소리가 음악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악기라는 걸 다시 느낀다. 블루그래스라는 장르의 규정을 목소리로 넘어갈 수 있구나. 이디 브리켈의 예전 앨범도 다시 들어야겠다.
Way Down Hadestown feat. Justin Vernon, Ani DiFranco and Ben Knox Miller
Songbird Intro
Hey, Little Songbird feat. Greg Brown
Gone, I'm Gone feat. The Haden Triplets
When the Chips are Down feat. The Haden Triplets
Wait for Me feat. Ben Knox Miller and Justin Vernon
Why We Build the Wall feat. Greg Brown
Our Lady of the Underground feat. Ani DiFranco
Flowers (Eurydice's Song)
Nothing Changes feat. The Haden Triplets
If it's True feat. Justin Vernon
Papers (Hades Finds Out)
How Long? feat. Ani DiFranco and Greg Brown
Epic (Part II) feat. Justin Vernon
Lover's Desire
His Kiss, The Riot feat. Greg Brown
Doubt Comes In feat. Justin Vernon
I Raise My Cup to Him feat. Ani DiFranco
미국 버몬트 주 출신의 포크 싱어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Hadestown은 독특한 컨셉으로 시선을 끄는 앨범이다. 그리스 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이루는 컨셉 앨범으로, 곡 전체가 하나의 음악극이 된다. 아나이스 미첼은 이를 통해 일명 포크 오페라(Folk Opera)를 시도했으며, 실제로 22명의 공연자가 이 앨범의 전곡을 공연으로 풀기도 했따.
아나이스 미첼이 에우리디케를 맡았고, 본 이베어(Bon Iver)의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르페우스, 아나이스 미첼의 레코드 레이블인 Righteous Babe Record 의 설립자이자 미국 인디포크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니 디프랑코(Ani Difranco)가 페르세포네, 아이오와 주 출신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그렉 브라운(Greg Brown)이 하데스, 포크 밴드 로우 앤섬(The Low Anthem)의 프런트맨 벤 녹스 밀러(Ben Knox Miller)가 헤르메스, 재즈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의 세 쌍둥이 딸인 타냐(Tanya, 배우 Jack Black의 부인), 페트라(Petra Haden), 레이첼(Rachel Haden)이 운명의 세 여신(The Fates)을 맡았다.
이후 이 앨범의 공연은 지역 극장에서 지역의 뮤지션들과 함께 구성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공연은 고대 그리스 대신 1900년대 초 미국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앨범을 들으면 마치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의 사운드트랙을 듣는 듯하다. 특히 기타와 현악연주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 내러티브와 연기만 잘 갖춰지면 정말 뮤지컬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앨범이다.
멈포드 앤 선즈(Mumford & Sons)는 참 독특한 밴드다. 아니, 독특한 밴드는 참 많지만 이만큼의 반향을 일으킨 밴드는 아직 없었다. 그저 70년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던 포크 음악을 완전히 다시 보게 만든 밴드니까.
사실 멈포드 앤 선즈의 스튜디오 앨범은 좋긴 한데 감흥은 없다. 일단 마커스 멈포드의 보컬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포크락이지만 악기만 포크 음악일 뿐 완전한 락이라... 난 포크팝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The Road to Red Rocks (2013)
Tracklist
Lovers' Eyes
Little Lion Man
Below My Feet
Roll Away Your Stone
Lover of the Light
Thistle & Weeds
Ghosts That We Knew
Awake My Soul (feat. Dawes)
Whispers in the Dark
Dust Bowl Dance
I Will Wait
The Cave
하지만 얼마 전 발표한 [The Road to Red Rocks]의 라이브 레코딩은 정말 훌륭했다. 그래미 공연에서도 느꼈지만 멈포드 앤 선즈는 라이브를 정말 멋지게 한다. 어느 밴드도 안 그렇겠냐만은 멤버들 모두가 땀을 쏟아가며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선 입이 쩍 벌어진다. 거의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주하고 노래하는데 저러다 무대에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
'Dust Bowl Dance'는 항상 공연을 마무리할 즈음에 부르는 곡인 듯하다. 원래 첫 앨범의 B사이드라 불릴 만한 트랙인데도 공연에서는 거의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초반에는 기타 연주가 없고, 전체적으로는 벤 러벳의 피아노가 사운드를 진행한다. 마커스 멈포드는 어쿠스틱 기타 대신 드럼을 연주하며, 윈스턴 마셜의 밴조는 중반 이후 일렉트릭 기타로 바뀐다. 일렉트릭으로 바뀐 이후에는 미친듯이 연주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 집중하게 된다.
이 곡은 가사도 의미가 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남서부를 덮친 엄청난 모래폭풍(Dust Bowl)으로 오클라호마의 한 청년은 농사를 짓지 못해 농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은행에 무력하게 빼앗기는 대신, 청년은 가족과 땅을 지키기 위해 농장을 차압하러 온 사람들에게 맞서 싸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사람을 죽이고, 이후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는 내용이다.
레드락 라이브 공연은 유튜브 영상을 게시할 수가 없어서...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대신 네덜란드에서 했던 라이브 공연을 첨부한다.
The young man stands on the edge of his porch
The days were short and the father was gone
There was no one in the town and no one in the field
This dusty barren land had given all it could yield
I've been kicked off my land at the age of sixteen
And I have no idea where else my heart could have been
I placed all my trust at the foot of this hill
And now I am sure my heart can never be still
So collect your courage and collect your horse
And pray you never feel this same kind of remorse
Seal my heart and break my pride
I've nowhere to stand and now nowhere to hide
Align my heart, my body, my mind
To face what I've done and do my time
Well you are my accuser, now look in my face
Your oppression reeks of your greed and disgrace
So one man has and another has not
How can you love what it is you have got
When you took it all from the weak hands of the poor?
Liars and thieves you know not what is in store
Well, there will come a time I will look in your eye
You will pray to the God that you've always denied
Then I'll go out back and I'll get my gun
I'll say, "You haven't met me, I am the only son"
Seal my heart and break my pride
I've nowhere to stand and now nowhere to hide
Align my heart, my body, my mind
To face what I've done and do my time
(x2)
Well, yes sir yes sir yes it was me
I know what I've done 'cause I know what I've seen
이 노래 정말 좋아했는데... 이 앨범도 참 좋아하지만 이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브라질 출신의 재즈피아니스트인 엘리안느 엘리아시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보사노바를 많이 가미해서 그런지 다이애나 크롤과는 좀 다르다. 보사노바는 참 따뜻하긴 하지만 푸근하다는 느낌보다는 세련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햇살처럼 따뜻해 보이지만 막상 만지면 쿨한... 그런 거?
네이선 필리언(Nathan Fillion, 이하 NF),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서는 검색 결과로 나단 필리온이라고(...) 나온다.
1971년생. 캐나다 에드몬튼 출신. 대학 졸업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데이타임 소프 오페라 등에 출연했다. 완전 장수하는 One Live To Live 에 94년부터 97년까지 출연했고, 데이타임 에미 어워즈 후보 지명도 받았다. 이후 LA로 이주,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등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일생일대의 은인을 만나게 된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어벤저스(2012)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조스 휘든(Joss Whedon)이다. 조스 휘든은 이미 버피(Buffy, the Vampire Slayer)와 그 스핀오프 시리즈인 엔젤(Angel)로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었다. NF은 버피에 케일럽(Caleb) 역으로 출연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는데, 조스 휘든과의 작업이야말로 네이선 필리언의 필모그래피의 시작이자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버피와 엔젤 이후 조스 휘든이 야심차게 준비한 SF 시리즈,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이다. 조스 휘든이 지금까지 한 드라마가 버피, 엔젤, 파이어플라이, 돌하우스, 단 네 작품인데 그 중 하나의 메인 캐릭터가 된 것이다. 물론 버피나 엔젤과 달리 파이어플라이는 생각보다 저조한 시청률에 조스 휘든과 Fox 사의 갈등으로 조기종영되지만(ㅠㅠ) 방영한 지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꼭 봐야 하는 드라마'로 추천받을 정도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SF 장르 매니아들 사이에서 독특하고 낭만적인 세계관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아직까지도 코믹콘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조스 휘든이 버피와 엔젤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조스 위든의 작품세계의 정점 또한 파이어플라이라고 볼 수 있다.
NF이 맡은 말콤 레이놀즈(Malcolm Reynolds) 선장은 우주연합에 맞서 싸워 패배한 독립군의 일원으로, 전쟁에서 진 이후 개똥벌레(Firefly)급 우주선인 세레니티(Serenity)를 몰며 돈이 되는 일을 찾아 우주를 떠돈다. 낭만적인 군인이지만 살기 위해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지만,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리더이다. 인간적인 캐릭터, 매력적인 외모, 큰 키에 다부진 몸매까지... 파이어플라이를 2004년에 본 이후 내 미드세계 속에서는 말콤 레이놀즈 선장은 가장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아 있다. 아무튼 파이어플라이가 저조한 성적으로 조기종영하긴 했지만 엄청난 DVD 판매수입과 속편 격으로 제작한 영화, 세레니티까지 흥행했기 때문에 그의 커리어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ㅠㅠ
이후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 또는 조연으로, 또는 애니메이션의 성우로 캐스팅되어 활동은 많이 하지만 커리어의 한 방이 되는 작품을 다시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2007-2008년 즈음 그에게 다시 성공의 기회를 주는 몇 가지 작품을 한꺼번에 하게 된다.
첫째가 영화 웨이트리스(Waitress)로, 캐리 러셀(Keri Russel)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맛깔스러운 파이를 만드는 웨이트리스 제나의 이야기로, NF은 임신한 제나와 사랑에 빠지는 닥터 포매터를 맡았다. 영화는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인 애드리언 셸리가 개봉 직전에 살해당하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아무튼 이 작품을 통해서 NF도 주목을 받는다.
두 번째 작품은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로, NF은 중간에 투입된 캐서린 메이페어(Katherine Mayfair, Dana Delaney 분)의 남편인 아담 메이페어(Adam Mayfair) 역을 맡았다. 불륜 전력이 있는 부인과 의사로, 비밀을 간직한 부인 캐서린을 따라 위스테리아 레인으로 이사를 온다. 위기의 주부들은 내 취향은 아니라서 안 봤는데, NF이 나왔다고 하니 4시즌만 따로 봐야 하나 고민이 된다(...). 향후 NF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음 드라마의 타이틀 롤을 꿰찬다.
나머지 하나는 닥터 호러블의 싱어롱블로그(Dr. Horrible's Sing-along Blog)로, 조스 휘든의 프로젝트였다. 오로지 인터넷을 위해 제작된 42분짜리의 단편 뮤지컬 코미디로, NF은 주인공인 닥터 호러블(Dr. Horrible, Neil Patrick Harris 분)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슈퍼히어로(?) 캡틴 해머로 출연했다. 이 작품 자체가 에미 어워즈에서 상을 받으면서 조스 휘든, 닐 패트릭 해리스, 그리고 NF 모두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받는다.
그리고 2009년, 지금 그의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작품에 캐스팅된다.
바로 2009년부터 방영된 캐슬(Castle)의 타이틀 롤인 소설가 리처드 캐슬(Richard Castle) 역에 캐스팅된 것이다. 당시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하고 있었던 NF은 같은 방송국에서 준비하던 드라마, 캐슬의 크리에이터인 앤드류 말로우(Andrew Marlow)와 미팅을 가진다. 그때 '내가 바로 리처드 캐슬이니 다른 사람 찾지 마세요'라고 강력하게 어필해서 캐스팅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고, 현재 5시즌을 방영하면서 ABC의 장수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특히 NF과 스타나 카틱(Stana Katic)이 연기하는 캐슬-베켓, 일명 캐스킷 커플은 여러 연예매체에서 '무조건 이뤄져야 하는 TV 속 커플'에서 1위,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TV 속 커플' 1위를 차지하는 등, 팬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요즘 NF의 커리어는 절정을 달리고 있다. 일단 하고 있는 드라마가 잘 되어 어느새 5시즌을 넘어 6시즌을 바라보고 있으며,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등에서 상을 받는 등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또한 어벤저스를 통해 조스 휘든 감독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10년 전 작품인 파이어플라이의 재제작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며, 이에 대해 NF도 다시 출연하겠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조스 휘든이 어벤저스를 촬영하는 도중에 잠깐 찍은 영화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이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고, 판타지 영화인 퍼시 잭슨(Percy Jackson) 시리즈에서 헤르메스 역을 맡아서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마블에서 2015년 개봉을 목표로 한 앤트맨(Antman)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스 휘든과의 인연 때문인지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듯하다.
NF @ Much Ado About Nothing
NF @ Percy Jackson and Sea of Monsters
일단 가장 기대가 되면서 두려운 건 파이어플라이의 리부트인데, 파이어플라이가 제작되고 NF이 돌아가겠다고 하면 캐슬은 어쩔 수 없이 종영을 해야 한다. 문제는 NF의 조스 휘든과의 작업을 정말 좋아하고, 그가 부르면 어디든 가기 때문에 캐슬의 종영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문제다. 파이어플라이도 좋지만 캐슬을 좋아하기 때문에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ㅠㅠ). 그리고 2015년 앤트맨으로 캐스팅되어도 자동으로 TV 배우 커리어는 끝이라, 캐슬의 종영이 점쳐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래저래 팬으로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ㅠㅠ).
이 아저씨, 참 엉뚱한 구석이 많고, 팬들한테도 참 잘하는 사람이라, 많이 알려지고 흥했으면 좋겠다. 제발~
p.s. NF과의 인연으로 캐슬(Castle)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그건 다음에 캐슬의 주요 게스트 스타들을 정리하면서 다뤄볼 것이다.
이제서야 신치림 노래를 들었는데 ㅠㅠ
특히 이 노래가 귀를 사로잡았다.
사실 이 노래를 전후로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앞부분은 약간, 아니 좀 노골적으로 컨트리스러운데 좋다기보단 살짝 촌스럽고 뒷부분은 좀... 윤종신답달까? 싫은 건 아니지만 앞부분과는 안 어울린다.
그 사이에 이 노래가 있다. 우리 가요의 느낌도 있지만 세련된 포크팝으로 들리고, 악기 구성도 좋고 하림의 보컬도 여기서 빛을 발한다.
역시 선공개가 된 이유가 있달까...
지난 블로그 포스트에서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를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만큼 극단적이진 않아도 아티스트들이 방송 중에 소규모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주로 AR을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직접 기타나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쌩'라이브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중 전문적으로 음악을 다루는 몇몇 스테이션은 꽤 괜찮은 스튜디오나 공연장을 마련해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공연과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약 20~25분간의 소규모 공연을 통해 온에어로 라이브 공연을 듣고, 유튜브를 통해 영상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튜브를 통해 소규모 라이브 공연 영상을 제공하는 몇몇 라디오 스테이션을 소개한다.
We Are Augustines @ Kink FM Bing Lounge
1. Kink FM 의 Bing Lounge 공연
오레건 주 포틀랜드를 기반으로 1968년부터 송출을 시작한 Kink Fm은 오레건 주 북부와 워싱턴 주 남부를 아우르며 인터넷을 통해 온에어 라디오 방송을 하기도 한다. iheartradio나 TuneRadio를 틀면 추천하는 대표적인 음악 채널로, 어덜트 얼터너티브, 락, 어쿠스틱, 포크, 블루스, 레게,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KINK Fm 에서는 포틀랜드의 공연장인 빙 라운지(Bing Lounge)에서 여러 뮤지션들을 초대해 공연을 한다. 빙 라운지는 KINK 뿐 아니라 포틀랜드를 기반으로 한 여러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아티스트를 초청해 공연하는 데 사용하는 듯한데, 꾸준히 공연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KINK 가 유일한 듯하다. 아무튼, 락, 포크, 어덜트 컨템퍼러리, 블루스,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수준 높은 어쿠스틱 공연을 펼치며, 소규모 관객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 유튜브의 KINK Radio 채널(http://www.youtube.com/user/kinkradio)에서 라이브 공연의 영상을 볼 수 있다. (HD 고화질 영상도 제공한다.)
Lianne La Havas @ WFUV
2. WFUV 스튜디오 공연
유튜브에서 접한 라디오 스테이션의 스튜디오 라이브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다. WFUV는 뉴욕 포덤 대학교의 라디오 스테이션으로, 60년 간 방송한 비영리 공영 라디오 채널이다. 락, 싱어송라이터, 블루스, 월드 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방송하며, 라디오 방송과 더불어 뉴욕시에서 활동하는 여러 밴드들의 음악을 제공하는 채널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WFUV의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user/WFUVRADIO)에서 다양하고 많은 공연을 접할 수 있다.
The Tallest Man on Earth @ KEXP
3. KEXP 스튜디오 공연
KEXP는 워싱턴 주 시애틀을 기반으로 워싱턴 주립대학교가 소유한 비영리 공공 라디오 스테이션으로 1972년부터 송출을 시작했다. 시애틀의 익스피리언스 뮤직 프로젝트(Experience Music Project)라는 대중문화 박물관의 DJ들이 함께 운영하며, 얼터너티브 및 인디 락 음악을 주로 다룬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라디오 스테이션이지만 스테이션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 덕에 잘 알려진 라디오 스테이션이라고 한다. KEXP의 스튜디오 공연은 유명 아티스트뿐 아니라 시애틀 기반의 지역 밴드도 자주 출연하는 편이라,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종종 있다.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user/kexpradio)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일단 NPR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NPR은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으로 1971년부터 방송을 송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듣기 훈련용으로 뉴스 프로그램을 많이 듣는 편이다. 특히 뉴스 프로그램인 All Things Considered(ATC) 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 수준높은 뉴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이 ATC에서 1989년부터 2007년까지 프로듀서를 맡았던 밥 보일린(Bob Boilen)은 원래 밴드를 하던 뮤지션 출신으로, 2000년 All Songs Considered 라는 음악을 다루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원래 ATC에서 사용했던 음악들을 따로 모아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후 여러 장르의 새로 발매된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한다. 특히 Podcast 방송을 시작하면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NPR의 음악 프로그램을 따로 모은 NPR Music 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이 작고 친밀한 공연은 2008년, NPR Music의 제작자인 스티븐 톰슨(Stephen Thompson)이 포크 뮤지션인 로라 깁슨(Laura Gibson)에게 '밥의 책상 앞에서 공연이나 한 번 해 주세요'라고 농담삼아 던진 말이 시작이었다.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이 NPR의 All Songs Considered 가 제작되는 사무실의 책상 앞에서 기타와 보컬만으로 수준높은 어쿠스틱 공연을 펼쳤다. 새롭게 뜨는 밴드, 관록의 뮤지션, 가장 핫한 아티스트 등이 가리지 않고 이곳을 방문하며,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를 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다른 스튜디오 라이브 공연과 달리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마이크 하나만으로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에게는 음향 면에서는 큰 도전이다. 그러나 이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스타덤에 오른 이후로는 하기 어려운 '진짜 작은 공연'을 하는 기회이며, 이 공연을 보는 시청자들과 팬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음악을 보다 친밀한 환경에서 새롭게 접하는 계기가 된다.
2011년 아이튠즈에서 각광받은 가장 핫한 듀오는 시빌 워즈(The Civil Wars)였다. 존 폴 화이트(John Paul White)와 조이 윌리엄스(Joy Williams)는 시빌 워즈를 결성하기 전에 각자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다. 조이 윌리엄스는 2000년대 초에 2장의 앨범을 냈고, 남편과 함께 음악 마케팅 및 라이센싱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존 폴 화이트는 2008년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내쉬빌의 한 음악 스튜디오에서 열린 송라이팅 세션에서 만나 함께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듀오를 결성한다. 2009년 발매한 EP 앨범, Poison & Wine 을 발매했고, 이 곡이 그레이 아나토미,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 등 드라마에 삽입되었다. 그리고 2011년 발매한 정식 앨범, Barton Hollow 가 아이튠즈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9일간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 빌보드 디지털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Civil Wars - Barton Hollow (2011)
Tracklist
20 Years
I've Got This Friend
C'est La Mort
To Whom It May Concern
Poison & Wine
My Father's Father
Barton Hollow
Girl With The Red Balloon
Falling
Forget Me Not
Birds Of A Feather
I Want You Back
Dance Me To The End Of Love
시빌 워즈가 아무래도 포크/컨트리 음악을 하는 그룹이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2012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포크 앨범, 싱글로 베스트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을 했지만 아무래도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다 보니...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 관심있는 사람들이 알 곡은 영화 '헝거 게임(The Hunger Games)'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Safe & Sound 일 것이다. 시빌 워즈는 이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투어에 오프닝 밴드로 섰던 인연이 있다. 송라이터 세 사람과 전설적인 프로듀서, 티 본 버넷(T Bone Burnett)과 함께 작업함으로써 주로 밝은 곡을 많이 써 오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좀 더 어두운 곡으로 더 넓은 팬층을 포용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빌 워즈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작업하며 송라이터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13년 그래미에서 비주얼 미디어를 위한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시빌 워즈는 티 본 버넷과 함께 작업하며, 드라마 내쉬빌(Nashville)의 사운드트랙에 송라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The Hunger Games - Songs From Distict 12 And Beyond (2012)
Tracklist
Arcade Fire - Abraham’s Daughter
The Secret Sisters - Tomorrow Will Be Kinder
Neko Case - Nothing To Remember
Taylor Swift - Safe & Sound (feat. The Civil Wars)
Kid Cudi - The Ruler and The Killer
Punch Brothers - Dark Days
The Decemberists - One Engine
The Carolina Chocolate Drops - Daughter's Lament
The Civil Wars - Kingdom Come
Glen Hansard - Take The Heartland
Maroon 5 - Come Away To The Water (feat. Rozzi Crane)
Miranda Lambert - Run Daddy Run (feat. Pistol Annies)
요새 그 어느 때보다 라디오를 즐겁게 듣고 있다. 물론 가요가 나오는 우리나라 채널 대신 - 가요는 열대과일을 통해서 듣고 싶은 곡은 바로 들을 수 있으니까 - iheartradio나 Tune In 앱으로 외국의 음악 전문 라디오를 듣고 있다. 저 나라는 라디오 채널도 많다. 상업 채널은 물론 지역 주민들과 매니아를 위한 음악 채널도 있다. 장르 특화는 물론 취향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내가 매일 듣는 KCSN이라는 채널은 주로 올드 락, 얼터너티브 락, 블루스, 포크, 소울 등 어덜트 컨템퍼러리 스타일을 방송한다. 그곳에서 정말 좋은 노래를 많이 건졌다. 그래서 기회가 나는 대로 좋은 음악을 건질 때마다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마일로 그린(Milo Greene)은 LA에서 결성된 인디 포크 밴드이다. 멤버는 5명인데, 퍼커셔니스트인 커티스 마레로(Curtis Marrero)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로비 아넷(Robbie Arnett), 그래험 핀크(Graham Fink), 앤드류 헤린저(Andrew Heringer), 말라나 쉬츠(Marlana Sheetz) 모두 보컬을 맡고 있다. 앨범에는 4명의 목소리가 독창이든 합창이든 모두 담겨져 있다. 4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듣자마자 귀를 사로잡는다.
최근의 포크 음악은 힙(Hip)하다. 클럽에서 몸을 흔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타와 베이스, 작은 드럼 세트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발휘하는 것 또한 멋지다. 게다가 멈포드 앤 선즈(Mumford and Suns)나 시빌 워즈(Civil Wars) 등의 밴드가 보여주듯 최근의 포크 음악은 옛 음악과 정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새롭고 편안한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마일로 그린은 다른 밴드와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점이 상당히 신선하다.